고통스럽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만 이틀이 되어가도록 진전되는 것이라고는 추가 사망자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미 기울어진 배에서 방송에 따라 끝까지 객실에 남아 있던 아이들이 더 큰 참화를 입었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대체 우리는 어떤 세월을 보내고 있는 건가. 이 정도의 국력과 국방력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어쩌자고 가라앉는 여객선을 보고만 있어야 했을까. 실종자 수색이라고는 잠수부들이 번갈아 물속에 들어가 배 주변을 둘러보고 나오는 것 외에는 속수무책이다. 선체 진입도 기약이 없다. 무력감과 참담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무인기 소동이 벌어질 때에도 나는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식의 말에 기가 찼다. 아무리 장난감 수준의 기체라도 수백 미터 상공에서 자칫 사람들 머리 위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안보 이전에 안전에 크나큰 구멍이 뚫린 게 아닌가. 북한제로 추정된다며 무기를 탑재하면 어떻다는 둥 요인 테러가 가능하다는 둥 뒤늦게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호들갑을 떨 때에도 대체 저들은 ‘누구’를 지키겠다고 국록을 받아먹는지 궁금했다. 광고 수준의 ‘3분 사과’를 하고는 ‘안보의 위중함’을 들어 자리보전을 하는 국정원장을 보면서도 같은 기분이었다.
재난 상황에서 리더의 판단과 책임은 피해를 줄이는 데 결정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위험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볼수록 어이가 없는 게, 뭐 하나 제대로 된 상태에서 출항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안전점검도, 적정하중도, 항해경로도, 비상훈련이나 대응지침도 파악이 안 된다. 대체 몇명이나 탔는지조차 만 하루가 지나서야 집계됐다. 이런 총체적 부실 상황에서 선장을 족치는 게 무의미해 보일 지경이다. 적어도 그는 잘못했다고 빌고 또 빌고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