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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부디 멈추지 않기를
이다혜 2014-04-17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 댄 핸콕스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파리 코뮌이 처절하게 박살난 이래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구호는 선거철에 휘날리는 깃발 이상이 된 적이 없다. 하지만 완전한 자치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는 책의 주인공인 스페인 마을 공동체 마리날레다가 바로 그곳이다. 책의 서두는 비장하다. 건설경기 붐을 타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뒤 종래는 막대한 실업자와 자살자들의 연쇄를 낳고 만 스페인 경제의 현실을 묘사한다. 하지만 인구 2700명의 도시 마리날레다는 바깥세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대안공동체라기보다는 유토피아라고 자칭하는 이곳은 급진적인 아나키즘이 현실화된 땅이다.

마리날레다는 아무도 굶어죽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동시에 아무도 명품백을 갖지 않는 동네가 되었다. 집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집을 소유할 수도 없다. 고립과 자율. 하지만 마을 전체에 무료 무선 인터넷이 깔리면서 달라진 것도 있다. 대도시와 다른 나라가 줄 수 있는 가능성에 유혹을 느낀 젊은이들이 농장을 떠나고 있다. 동시에 스페인 우파의 공격은 거세져간다. 그리고 수많은 회의론자들이 있다. “우리가 새로운 지구적 반란과 집회의 시대에 살고 있을지 몰라도, 자본주의의 현실주의 레토릭은 계속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대안이 뭐야?’” 마리날레다의 답은 완전히 반자본주의적이다. 이윤 동기가 아닌 상호 부조와 집단주의에 토대를 둔다. 이 책은 스페인 국왕 사진 대신 체 게바라의 사진을 걸어놓은 카리스마 넘치는 시장이 없이도 공동체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를 묻는다. 부디 그들의 행진이 멈추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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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멈추지 않기를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