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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68세대 에너지

40년 동안 상영 금지됐던 영화 <바알> 세상으로 나오다

<바알>

40년 동안 상영 금지로 묶여 있었던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의 <바알>(Baal)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브레히트의 희곡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슐뢴도르프 감독이 1969년에 제작했고, 1970년 독일에서 개봉했다. 영화 <바알>은 뉴저먼 시네마의 쟁쟁한 주역들이 배우로 총출동하며, 68혁명 당시의 저항 열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인 천재시인 바알 역을 맡았던 당시 24살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포스는 대단하다. 역할에 빙의된 듯, 파스빈더 자신도 실제 삶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불꽃같은 예술가의 삶을 살다 37살에 절명했다.

비용과 랭보 같은 프랑스 천재 시인들을 모델로 삼은 <바알>의 주인공은 세상에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다. 브레히트 시대의 표현주의 에너지는 슐뢴도르프의 영화에서 68세대 젊은이들의 저항정신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바알이 내뱉는 모든 구절은 부르주아와 세상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영화 속 그는 여자들을 유혹하고 임신시키고 내팽개치는 난봉꾼에, 종국에는 패륜과 자기파괴로 치닫는 극단적 아나키스트다. 슐뢴도르프는 브레히트가 스무살이었던 1918년에 쓰여진 첫 번째 버전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했다. 뉴저먼 시네마를 이끌게 될 젊은 독일 영화인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이 녹아든 걸작이 40년 동안 묻혀 있었던 이유는 브레히트의 미망인 헬레네 바이겔의 상영금지 요구 때문이었다. 우연히 TV에서 이 영화를 방영하는 것을 본 미망인 바이겔은 큰 충격을 받고 이 영화의 상영과 연극 <바알>의 상연 자체를 금지시켰다. “바알의 반항성을 초래한 사회적 배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재단의 대표 율리아나 로렌츠의 노력으로 슐뢴도르프의 <바알>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현재 독일 전역에서 상영 중이며, DVD로도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