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이건, 사랑이다. 이명박의 강만수 사랑을 능가한다. 3주 전 이 칼럼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잘리는 걸 전제로 잘려도 남는 문제에 대해 호기롭게 썼건만, 역시 그 무엇을 상상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분이시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 원장을 진짜 사랑하시는 게 틀림없다.
지난해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을 알아채거나 잡아들인 공무원들에게 지급한 포상금이 전년에 견줘 3배가 넘을 정도로 급증했다고 한다. 유우성씨 사건 증거조작에서도 보이듯이 어떻게든 엮어낸 결과일 텐데, 동물적 촉을 갖춘 수사/정보기관원들이 대통령의 각별한 사랑을 왜 모르겠니. 세계 정보기관 역사에 한획을 그을 국정원발 문서위조 공작은 대공수사단장(원장>차장>국장>단장)의 전결이 있어야 가능한 것임을 검찰도 알고 있으나 지휘부 수사에 미적대고 있다. 민감하고 욕심 많은 개가 주인의 심기를 잘 살핀다더니.
의욕이 넘쳐 문서를 좀 위조했을 뿐이라는 게 국정원의 증거조작을 대하는 ‘그들’(여권/국정원/사익언론 삼각동맹)의 변명인데, 그렇다면 유씨가 했다는 간첩질은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는 국내 거주 탈북자들의 명단을 넘겼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그런 명단이 있다 해도 무수한 보이스피싱 업체 ‘신입이들’도 뻔히 알 만한 맞춤형 고객 정보에 불과할 수 있다. 이미 개인정보가 공공정보이자 공유재인 나라 아닌가. 기실 더 어이없는 것은 입만 열었다 하면 북한 주민의 인권을 부르짖는 사익언론에서 이번 사건의 비공개 재판 검찰쪽 증인으로 나왔던 탈북자의 탄원서 전문을 상세히 공개해, 해당 증인의 가족을 더 큰 곤경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아놔. 어긋난 사랑의 메신저질은 그야말로 국경을 넘나드네.
남 원장이 위조공작을 알았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이다.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