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박주원은 현재 한국 재즈신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중 하나다. 스페인의 집시음악인 플라멩코에 음악적 기반을 둔 그의 기타 연주는 이국의 멜로디와 리듬을 유려하게 실어 나른다. 여섯줄의 기타 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현란한 속주 기법도 인상적이지만, 그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뮤지션의 목소리와 연주를 낯설게 만드는 프로듀싱 능력에 있다. 그런 그가 4월12일 오후 7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기타콘서트 <캡틴>을 연다. 최백호와 어반 자카파의 조현아,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게스트로 참여하는 이번 공연과, 콘서트의 중요한 테마가 될 3집 앨범 ≪캡틴 No.7≫에 대해 박주원에게 물었다.
-3집 ≪캡틴 No.7≫을 발매한 뒤, 지난 12월24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지난 겨울 콘서트와 어떻게 다른가. =12월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라서 아무래도 연말 분위기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충실히 들려드리려고 했고, 캐럴송도 연주했다. 이번 공연은 12월에 바쁜 일정으로 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했던 게스트 분들이 합류한다. 최백호 선생님과 어반 자카파의 조현아씨,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씨가 그들이다.
-3집에 피처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뮤지션들을 선정했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오셨던 관객과 새롭게 공연장을 찾으시는 분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을 구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분들을 떠올리게 됐다. 이번 콘서트의 게스트 구성이 평소 내가 생각해왔던 가장 이상적인 공연 컨셉이다. 젊은 여자 가수, 연주자, 관록의 대뮤지션. 세분의 스케줄을 맞출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세 뮤지션과의 공연에서 어떤 점들을 기대하나. =(조)현아의 경우 재즈 피아노를 전공한 데다, 평소 재즈 보컬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다. 목소리 톤이 워낙 좋아 재즈 음악에 아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한다. 고상지는 반도네온으로 1집 수록곡 <Hide & Seek>을 연주할 예정인데, 당시 피처링에 참여했던 라 벤타나(탱고•재즈 프로젝트 그룹)의 아코디언 소리와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를 거다. 최백호 선생님이야 출연해주신다면 말할 나위가 없다. 2집 수록곡 <방랑자>와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실 거고, 한곡은 공연 당일날 정하려고 한다.
-최백호 선생님과의 인연도 궁금하다. 2집 <방랑자>의 피처링으로 참여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나. =2010년이었던가, 최백호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라디오 프로그램 <낭만시대>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뵀다. 스튜디오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을 때, 청취자의 입장으로 주의 깊게 들어주시는 모습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2집 작업을 할 때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아이고, 재밌겠네” 하시며 피처링 제안을 승낙해주시더라. 선생님과 작업하며 느꼈던 건, 선생님과 오래오래 같이 음악을 해야겠다는 점이었다. 최백호 선생님에겐 나의 기타가, 나에겐 최백호 선생님 같은 진한 보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선생님께서 은퇴하시는 날까지, 내 기타가 곁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집 얘기를 해보자. 타이틀곡이자 앨범 제목인 ≪캡틴 No.7≫은 축구선수 박지성의 별명과 백넘버에서 비롯됐다. 당신이 축구팬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 왜 하필 박지성이었을까. =축구에 대한 우리 세대의 가장 큰 경험은 2002년 월드컵이다. 2002년의 대활약부터 동양인으로서 유럽 무대에서 날아다니는 모습까지. 한국 축구팬들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선수가 박지성이라고 본 거다. 우연히 지난해 초에 호나우두가 출연하는 나이키 신발 광고를 봤는데, BGM으로 스패니시 기타 사운드가 흐르더라. 그 음악에 맞춰 호나우두가 드리블을 하는데, 기타로 쳐봤더니 너무 멋지더라고. 그때 축구 선수의 드리블과 스패니시 기타 사운드를 모티브로 박지성 선수를 주제로 한 곡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나이키 광고 음악보다 더 멋지게 만들어서, 박지성 선수에게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그래서 박지성 선수에게 앨범은 전했나. =SBS에 아는 PD분이 있어 박지성 선수의 여자친구인 김민지 아나운서에게 앨범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 아는 분을 통해 전해 들었는데, 박지성 선수가 이미 내 앨범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곡도 들어봤다고 하더라.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들었다.
-FC바르셀로나의 열렬한 팬이다. 1집의 <Night in Camp Nou>, 2집의 <El Clasico>, 3집의 <승리의 티키타카>는 FC바르셀로나에 바치는 헌정곡이다. 특히 <승리의 티키타카>에선 후반부의 일렉트릭 기타 속주가 압권이다. 처음 곡을 쓸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설정인가. =아니다. 처음 <승리의 티키타카>를 만들었을 때는 다소 짧고, 임팩트가 없어 아쉬웠다. 그러다 갑자기 후반부에 일렉 기타 연주를 넣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 거다. 이런 식으로 앨범 작업할 때 즉흥적으로 나오는 아이디어가 많다.
-지난 2001년에는 프로그레시브 메탈밴드 시리우스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솔로로 데뷔했을 때 집시음악(플라멩코)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궁금하다. =클래식 기타로 시작해 고등학생 때 록밴드를 했고, 세션맨 시절도 거쳤다. 워낙 기타에 관심이 많아 클래식, 스패니시, 재즈, 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배웠는데 막상 솔로 활동을 계획하다보니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 그때 내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장르는 집시음악이란 걸 깨달았다. 외국 음악을 많이 찾아 듣고,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 맴도는 음악을 실제로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나도 못할 거 없다는 생각에 1집 앨범을 내게 됐다.
-자주 듣는 뮤지션의 음악이 있나.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비센테 아미고와 파코 데 루치아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언젠가 영화음악을 해볼 생각도 있나. =물론이다. 예전에 전계수 감독님의 <러브픽션>의 음악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머릿속 상상만을 바탕으로 작업하다가 영화를 보며 음악을 만드는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그 매력을 앞으로도 경험해보고 싶은데, 아직 연락 오는 분이 없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