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총성에 중무장한 병사가 놀란 표정으로 몸을 낮추는데 그 옆에서 태연히 애를 안고 걸리며 지나가는 리우데자네이루 외곽 동네 엄마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봤다. 무서워하거나 놀라기는커녕 서두르는 기색 하나 없었고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무심함은 반복된 ‘총질’ 탓이겠으나, 대체 어느 정도면 사람이 이렇게 되나 궁금해졌다(끔찍한 원전 재앙을 바로 옆에서 겪고도 앞마당에 원전을 끌어안고 심지어 더 짓고 사는 처지에서 이런 말 하기도 거시기하다. 한술 더 떠 옆집 중국에서는 우라늄보다 더 위험천만하게 반응할 수 있는 토륨을 원료로 한 핵 발전에 내달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공공기관장을 지낸 한 인사는 검찰 조사에서의 모욕과 유린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더 막막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실에서의 시간은 바깥세상과는 다르게 흐른단다. 부엉이 바위의 비극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검찰이 늘 이러나. 자애롭기가 하늘을 찌르다 못해 구멍을 내버리기도 한다. ‘황제 노역’ 사건의 애초 명분은 1심에서 벌금을 선고유예한 검찰이 제공했다(일당 5억원을 책정한 재판부의 멘탈은 분석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 검찰이 성난 민심에 떠밀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을 중단시키기로 했다. 샅샅이 뒤져 벌금을 강제 환수하겠다는 건데,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비난은 검찰에 없던 능력을 주나보다.
유우성씨가 간첩이라며 조작된 증거를 들이밀었다가 개망신당한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다 취소하고도 유씨에 대한 공소는 유지하겠다고 한다. 1심 무죄 판결 이후 유씨의 간첩질에 대한 증거는 더는 없는 셈인데 그래도 간첩이라면 이건 고집인 거니 모자란 거니. 아니면 청와대와 국정원의 반복된 ‘하청질’에 여긴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지 모를 지경에 이른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