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은 최근 가장 활발하게 영화 관련 서적을 내고 있는 출판사 중 한곳이다. 미시시피대학출판부의 거장 감독과의 인터뷰 시리즈는 물론 영화분야 베스트셀러였던 <박찬욱의 오마주> 역시 마음산책의 기획 아래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워낙 영화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개봉영화만 3편 정도 본다는 정은숙 대표는 시인답게 영화와 책, 그리고 자신의 관계를 ‘숙명’이란 단어로 정리했다.
-책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것 같다. =편집자도 사람인지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 안에서 책을 기획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출판사를 열 때 3권의 책을 기획했는데 그중 하나가 김영하 작가의 <굴비낚시>라는 영화 산문집이었다. 지금도 영화 관련 책들은 에세이, 소설 등과 함께 마음산책의 든든한 기둥이다.
-미시시피대학출판부에서 낸 거장 감독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꾸준히 내고 있는데. =처음부터 모든 감독의 시리즈를 다 내려고 기획한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짐 자무시 감독을 너무 좋아해서 관련 책을 꼭 내고 싶었다. 찾다보니 미시시피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인터뷰 시리즈가 있더라. 여기서 약간의 자랑과 함께 꼭 알리고 싶은 게 이런 영화책들이 의외로 잘 팔린다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영화책 시장(그런 게 있다면)은 안정적이지도 크지도 않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를 많이 했다. 지금은 마음산책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주고 있는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대니 보일> <우디 앨런> 등 이제까지 나온 시리즈는 전부 2쇄 이상을 찍었다고 들었다. =나도 신기하다. 사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냈었다. 반응이 있어 더 좋긴 하지만 반응이 없어도 냈을 거다. 번역자도 그렇고 적지 않은 애정과 어느 정도의 의무감으로 시작한 작업이다. 가령 첫 책이었던 <짐 자무시>도 나온 지 꽤 된 책이라 <브로큰 플라워> 등 최근 영화는 없는 상태였다. 대학출판부의 허락을 받고 여타 잡지 등의 인터뷰를 모아 거의 3분의 1가량을 추가했다. 거의 국내 저자가 책을 쓰는 수준이며 영화와 감독을 잘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번역자분들에게 고맙고 독자들에게 고맙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독자들을 찾아내고 그들과 소통하는 게 출판 일을 하는 중요한 이유임을 새삼 깨달았다.
-<김지운의 숏컷> <류승완의 본색> <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의 오마주> 등 한국 감독 에세이집도 영화 관련 서적 중엔 이례적으로 잘 팔렸다고 들었다. =영화 팬은 많지만 영화 책을 읽는 독자는 적다는 게 업계 정설이었다. 그럼에도 <김지운의 숏컷> <류승완의 본색>은 1만부가량 나갔고 박찬욱 감독의 책은 다 합쳐 3만부 이상 찍었다. 왜 팔렸을까? 당장 책이 필요해서 보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사두고 싶다는 마음인 것 같다. <박찬욱의 오마주>는 예전 삼호미디어에서 나온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비디오드롬>(1994)이란 박찬욱 감독의 책에 내용을 추가하여 복간한 거다. 우연히 중고서적 사이트에서 이 책을 봤는데 누군가가 13만원에 사가는 걸 봤다. 근데 그 책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나도 이해가 되더라.
-표지를 보면 이미지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 출판사를 세울 때부터 글과 이미지 조화가 편집의 제 1원칙이었다. 이미지는 단순히 글을 받쳐주는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하모니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기 좋다’는 건 내용만큼 중요하다. 좋은 글을 ‘읽는’ 독자만큼 기왕이면 ‘사두는’ 독자의 욕구도 채워주면 좋지 않을까. 이미지 세대에게 매력적인 책, 가능한 한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
-여러 인터뷰집, 에세이집 가운데 자크 오몽의 <영화 속 얼굴>을 출판한 것이 이색적이다. =아무래도 주력은 산문과 인터뷰집이지만 자크 오몽의 경우 ‘이미지’에 꽂혔다고 해야 할까. 자크 오몽은 영화 이미지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의 책 중에 가장 쉽고 대중적인, 특히 영화 속 이미지의 매력을 가장 아름답고 친절하게 설명해준 책을 골랐다. 놀랍게도 이 책 역시 초판이 다 나가고 2쇄를 찍었다. 과연 영화는, 이미지는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