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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프랑스 혁명을 이야기한 디킨스의 시대유감
금태섭(변호사) 2014-03-20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지음 / 펭귄클래식코리아 펴냄

어린 시절,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며 손에 땀을 쥐던 기억이 있다. ‘파란해골 13호’와 일합을 겨루던 ‘태권동자 마루치’의 활약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도 재미가 있었지만, 이병주의 소설 <마술사>를 각색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허공을 향해 밧줄을 세우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 영상 없이 목소리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만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의 힘.

이런 이야기의 힘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가가 바로 찰스 디킨스다. 빚을 지고 채무자 감옥에 갇히기까지 한 아버지 때문에 열두살 때 구두약 공장에서 10시간씩 일을 했던 디킨스는 자신이 살던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럴> 혹은 <위대한 유산>이 시대를 배경으로 개인들의 사연에 치중한 소설이라면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사건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귀족 출신이면서도 귀족 계급의 횡포에 질려 영국으로 건너간 주인공 찰스 다네이는 스파이로 몰려 사형당할 위기에 놓였다가 자신과 꼭 닮은 변호사 카턴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교사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려던 그는 혁명을 일으킨 시민들에 의해 감금된 하인의 구조요청 편지를 받고 프랑스로 돌아갔다가 망명한 귀족이라는 이유로 이번에는 프랑스 법정에서 다시 사형선고를 눈앞에 두게 된다. 장인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무죄를 받지만, 바로 그 장인으로 인해 세 번째 위기를 맞게 되고 여기서 카턴이 다시 구원자로 등장한다.

귀족들로부터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다가 폭압을 뚫고 봉기한 ‘정당한’ 시민들의 혁명이, 역시 아무 잘못도 없는 ‘정당한’ 사람들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비극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혁명의 시기를 묘사한 리듬감 있는 소설 첫 부분은 영미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첫머리 중 하나.

“최고의 시절이었고, 또한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기였고, 또한 어리석음의 시기였다. 믿음의 시대였고, 또한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또한 어둠의 계절이기도 했다. 희망의 봄이었고, 또한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또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천국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또한 그 반대쪽으로 가고 있기도 했다.”

나중에 우리가 살아낸 시기를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치열하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뭘 하고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구절. 요즘 들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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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을 이야기한 디킨스의 시대유감 <두 도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