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됐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사라진다. 세상은 발칵 뒤집혔고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용의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는다. <피카소: 명작스캔들>은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기욤(피에르 베네지)은 자신을 떠나려는 연인 마리(루이스 모노)의 문제로 정신없을 때 경찰에 체포된다. 그가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관련됐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 피카소(이냐시오 마테오)도 같은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다. 법정에서 만난 두 사람. 그런데 피카소는 기욤을 모른 척한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절친했던 두 사람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몇년 전으로 거슬러가면 피카소와 기욤, 조각가 마놀로(조르디 빌체스), 시인 막스(라이오넬 아벨란스키) 등 네명의 친구들이 박물관을 어슬렁거리며 돈 벌 궁리를 한다. 피카소는 친구들의 권유로 부유한 부인의 초상화를 그려준 뒤 그림을 팔아 돈을 챙길 궁리를 하는, 아직은 얼치기 예술가일 뿐이다. 영화 속 피카소의 모습은 그의 대중적 이미지와는 다소 이질적인데, 이것이 영화시작 전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허구’라는 자막 앞에 이례적으로 ‘피카소의 후손들의 요청에 의한’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인지 모른다. 예술가들의 한때는 물론 그보다는 훨씬 가볍고 코믹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뒷골목 친구들을 연상시킨다.
21세기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시도했던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진 않지만 <피카소: 명작스캔들>은 묘하게 무성영화적인 느낌을 준다. 주인공의 얼굴 위에 점으로 사라지는 페이드 아웃 기법과 음악 등이 1910년대 파리로의 시간여행을 가능케 한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음악 <L’as tu vue>를 들으면 성공적인 옛 파리 투어를 마쳤다는 만족감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20세기 초의 사건을 지금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는 끝내 설득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