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돈, 폭력, 섹스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일찍 깨우친 여중생 세주(한보배)에게 가족이란 버리고 싶은 무엇이다. 전문 고발꾼 아빠(손병호), 집 나간 지 오래된 오빠(김민기), 가정폭력에 못 이겨 이혼해 집 나간 엄마(이아현)는 뿔뿔이 흩어져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돌아왔다. 인간말종 아빠를 야구방망이로 흠씬 두들겨 패고 가출한 지 5년 만이다. 새언니(여민주)와 뱃속에 든 아이도 데리고 왔다. 수컷으로 돌아온 젊은 오빠가 늙은 아빠를 제압하자 집구석에 얄궂은 일들이 생겨난다. 최고 권좌를 빼앗긴 아빠는 발악을 해보지만 결국 자신의 주제를 파악한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버스킹을 하는 오빠는 만삭의 철부지 새언니를 데려와 좋다고 밤마다 알콩달콩이다. 식당살림하던 엄마는 맞고 살았어도 남편만한 사람 없다는 듯 슬그머니 돌아와 안방을 꿰찬다.
고개 숙인 가부장과 잉여세대로 빈곤을 대물림하는 자식들의 갈등은 기존 체제와 다른 유형의 소통과 공감의 공동체에 대한 열망을 내장한 가족영화의 계보를 이루고 있다. <바람난 가족>에서부터 <좋지 아니한가> <고령화 가족>과 같은 영화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오빠가 돌아왔다>의 위치는 어딘가 어정쩡하다. 대안적 가족 의미의 재구성, 가부장적 구조의 전복, 어디에서든 힘이 부친다. 폭력적 아빠, 폭력을 대물림한 오빠, 가정 내의 성적 분배에 관한 골치아픈 문제 등 다루는 소재는 도발적이지만 영화의 결론은 예측 가능한 지점에 안착한다.
영화는 김영하의 단편소설 <오빠가 돌아왔다>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은 이혼으로 흩어진 가족들이 동거인으로 재결합하는 과정을 되바라진 소녀의 시점을 통해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 소설에서 가족이란 수컷들의 권력투쟁으로 인해 폭력의 역사를 반복하는 우스꽝스러운 제도적 모순일 뿐이다. 반면 영화는 소설의 설정에 살을 붙여 인물들의 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사법고시 실패로 인생이 꼬인 아빠가 전문 고발꾼이 되었다든가, 성장배경이 그렇기에 폭력적이지만 사실 오빠는 낭만적 뮤지션을 꿈꾼다든가, 아기의 탄생이 가족들을 불러모은다든가 하는 설정들이 그러하다. 아기를 중심으로 기이하게도 부모는 부모의 자리로, 자식은 자식의 자리로 되돌아간다. 냉소를 근간으로 한 도발적 가족 코미디이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징글징글한 가족 구성원이 다시금 한지붕 아래 모이는 화해의 이야기로 각색되었다. 설정들에 갇힌 채 세상과 치열하게 겨루는 쓰디쓴 아이러니를 잃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