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맬릭의 영화 <투 더 원더>의 줄거리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미국 남자(벤 애플렉)는 어린 딸이 하나 있는 프랑스 여자(올가 쿠릴렌코)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여행은 파리와 파리 외곽을 거쳐 이어지고 아름다운 풍광이 그들을 에워싼다. 여행을 마치고 그들은 남자의 나라인 미국으로 들어와 삶의 터전을 잡는다. 하지만 여자는 힘들어하고 여자의 딸은 그녀의 친아빠에게 돌아가버린다. 둘만 남은 남자와 여자에게는 점점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시간들이 늘어난다. 남자는 유년 시절부터 알고 지낸 또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기도 하고 여자는 다른 남자와 즐기기도 한다. 남자와 여자는 과연 완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들의 미래는 무엇일까. 사실 이들에게는 이름들이 주어져 있지만 의도적으로 다 빼고 그냥 남자와 여자로 불렀다. 이상하게도 이들이 그냥 아담과 이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투 더 원더>는 사실 다른 방식으로 소개해야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감독이 중시하여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은 실제로 다음과 같다(이건 비유가 아니다). 인간으로서는 무릎 꿇고 영접할 수밖에 없는 대자연의 풍경들. 갯벌, 노을, 하늘, 바람, 땅. 서로 사랑하는 연인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표정들. 만지고 끌어안고 달리고 뒹굴고 춤추는 순간들. 하지만 내내 고민하는 마음들. 내면으로 고백하고 기도하고 반성하는 소리들. 싸우고 부수고 때리고 할퀴는 몸짓들. 그들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광각의 앵글과 멈추지 않는 움직임들.
<투 더 원더>는 보통의 극영화들이 전개하는 대사나 인물의 묘파 혹은 극적 상황들로부터는 아주 먼 곳에 있다. 인물들이 숨 쉬고 움직이고 순간마다 보여주는 찰나의 표정만 모아도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말할 수 있다고 여기는 쪽이다. 인생의 한순간을 찍은 사진들을 연쇄적으로 돌리면 이같이 느껴질까. 그러고보면 구체적인 사실들이 불분명한데도 큰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싸우고 후회하며 사는 인생에 관한 영화라는 걸 우린 알게 된다. 그러니까 이해되지 않는 영화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구하는 영화라는 뜻이다. 다만 이런 다른 이해의 방식에 동감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따른다. 맬릭의 전작 <트리 오브 라이프>에 깊은 호감을 가졌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도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를 지지하지 않았던 관객이라면 <투 더 원더>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이며 장차 보게 될 맬릭의 영화들이 걱정스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