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규모의 바벨스베르크영화스튜디오는 2012년 100주년을 맞았다.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 위치한 바벨스베르크영화스튜디오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우선 지난 6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세편의 영화가 이곳에서 제작되었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조지 클루니의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등 프랑스의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미녀와 야수>,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등장으로 영화제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던 웨스 앤더슨의 개막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바벨스베르크에서 올해 촬영에 들어갈 프로젝트도 화려하다. 우선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신작 <패신저스>가 올봄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고, 제니퍼 로렌스는 한 인터뷰에서 <헝거게임>의 3, 4편을 이곳 바벨스베르크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벨스베르크의 영화 중 제작 규모가 가장 컸던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감독 톰 티크베어는 이번에도 톰 행크스와 새 영화를 여기서 찍는다고 밝혔다. 데이브 에거스의 소설 <왕을 위한 홀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유럽 최대 규모의 바벨스베르크영화스튜디오는 2012년 100주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공간이다. 이 스튜디오는 독일 제국부터 나치시대, 동독, 통일을 거치며 독일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영화사에 아로새겼다. 프리드리히 무르나우, 프리츠 랑으로 대표되는 독일 표현주의영화, 나치 프로파간다영화, 동독 시절의 TV시리즈물과 영화들, 통일 뒤 <매트릭스> <피아니스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 쟁쟁한 할리우드 상업영화까지 그 제작 이력이 다채롭다. 하지만 통일 뒤 바벨스베르크영화스튜디오를 매입했던 프랑스 비방디사는 경영난에 허덕이다, 독일 투자자인 크리스토프 피서와 칼 뵙켄에게 단돈 1유로에 넘겼다. 겨우 10년 남짓 된 이야기다. 현재 주식상장까지 한 바벨스베르크영화스튜디오는 경영뿐만 아니라 옛 명성을 되찾는 데에도 성공했다. 2만5천제곱미터 규모의 스튜디오와 20개에 이르는 거대 홀, 카메라가 부착된 120석 여객기, 50만벌의 의상, 우주선부터 동화 속의 성까지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실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영화 프로젝트들을 유치하려면 잘 갖춰진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지원금도 무시 못할 요소다. 이곳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은 독일 합작영화로 인정돼 독일영화진흥원으로부터 제작비의 20%를 환급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