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몽환적이다. 곽재구의 시구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를 읊고 싶으나, 미세먼지가 일어 마스크로 입을 가릴 뿐이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라면서 교육도 병원도 영리화하려는 대통령의 서비스 마인드가 이 지경인지 몰랐다. 40분 넘도록 원고를 읽기만 하다니. 뭐든지 ‘제가, 직접’을 강조했는데 일문일답도 없는 거, 그냥 온 국민에게 이메일을 ‘지가, 직접’ 뿌리는 게 나을 뻔했다(미리 발표한 초안과 대통령 발표가 달라져 완전 바보된 기획재정부가 서둘러 ‘우리 것 말고 대통령 것이 맞습니다’라고 내놓은 보도자료도 첨부해주세요).
대통령 담화로 나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안, 보조금 부정수급 축소, 종교인 과세 등 ‘민감 과제’들이 줄줄이 빠졌다. 대통령 혼자 다하는 건 알았지만, 백번 양보해 그 ‘선의’를 인정한다해도 기획재정부조차 물먹일 정도로 그 방식이 왕조시대 언저리에 머물러 있으니, 2014년을 사는 제가, 직접, 괴롭나이다. 탁월한 1997년 이후 현대사 분석서 <논객시대>의 지은이 노정태의 질문을 빌려오자면 ‘쟤들은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까’. 기춘대원군도 심기수석도 겉으로 보이는 충성도에 견줘 그분과의 밀착도는 떨어진다고 한다. 국회에서부터 참모로 일해온 보좌관 몇몇만 수족처럼 부리는 모양이다. 집권 2년차가 되도록 정치는 없고 통치만 두드러진다.
그러니 빚 내서 집 사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책들이 전/월세 대책이랍시고 나오는 것이다. 월세 일부 세액공제 방식은 연말정산조차 안(못) 하는 월세입자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다. 무리해서 대출받아 왕창 올린 전세금을 감당한 전세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거니와 정작 월세 상승을 막지 못한다. 보통 사람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 심지어 아무도 믿지 못하니, 이 지경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