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개봉을 앞두고 열 가지도 넘는 소설 번역본이 시장에 쏟아져나왔다. 판본별 비교를 해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8종의 책과 원서를 놓고 크게 세 챕터를 비교했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문체 자체의 독특함은 둘째치고라도,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다양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어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수없이 쓰지만 한국어로 그대로 옮기면 어쩐지 지겨워 보이는 “(s)he said”의 처리 문제, 관계대명사로 끝없이 이어지는 구문을 어느 지점에서 분리하는가의 문제,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에는 이제 쓰이지 않는 표현 “old sport”를 한국어로 어떻게 옮기느냐가 있었고, 영어로 쓰인 모든 소설들을 옮길 때 마주하는 존댓말과 반말의 딜레마도 있다. 번역에 있어 완벽은 없고 문제는 끊이지 않는 법이다.
프린스턴대학에서 프랑스어와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벨로스의 <내 귀에 바벨 피시>는 번역에 대한 책이다. 번역본이랍시고 사기를 쳐 명성을 얻은 저자들의 실화부터 동시통역이 왜 힘든 일인가에 대해서까지, 언어의 문제와 더불어 문화, 시대의 현실을 고루 담는다. 책 제목의 ‘바벨 피시’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작은 물고기인데 귀에 넣으면 어떤 언어든 이해하게 해주는 통역기다. 영어 원제는 ‘Is that a fish in your ear?’이고 한국판 제목은 ‘내 귀에 바벨 피시’인 것 역시, 이 책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재미있다. 후자의 표현은 “내 귀에 도청장치”를 연상시키는데, 이것은 한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방송사고이며 그 덕에 지금은 한 인디밴드의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직역했다면(“네 귀에 그거 물고기?”) 이 책의 운명은 인문학 서가가 아니라 <월간 붕어> 인근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내 귀에 바벨 피시>는 번역, 나아가 번역문을 다루며 일을 해야 하는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안긴다. 기상천외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번역의 실례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45쪽과 46쪽에 주목할 것. 소설 번역에서 가장 어렵다고 말해지는 문체 번역에 대해서는 26, 27장을 참고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