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마음에 걸렸던 것 중 하나가 그동안 밥을 주던 길냥이(길고양이들을 이르는 속칭)들이었다. 4년 전 이사를 가면서부터 나름 열심히 밥을 줬었고 그동안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왔던 터라 이사를 하면 과연 이 녀석들이 끼니를 어찌 해결할까 싶었다. 남은 사료를 탈탈 털어 큰 통에 담아두고 오긴 했는데 왠지 모르게 짠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난 고양이, 특히 길냥이들과는 인연이 없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은 늘 개였고 고양이는 길가다 후다닥 도망가는 뒷모습만 간혹 봤을 뿐이다.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개에 비해 붙임성이 없는 고양이에게 굳이 일부러 다가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아내가 키우던 고양이와 어쩔 수 없이(?) 친해져야하는 상황이 되고서야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명절에 집에 내려가는 바람에 고양이 밥을 책임져야 했던 때, 늘 본척만척하던 녀석이 갑자기 무릎에 올라앉아 꼬리를 빨며 골골거릴 때부터였다. 선뜻 다가오지 않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마음을 내주는 고양이의 매력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녀석 덕에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다 똑같아 보이던 고양이들이 다양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심지어 얼굴 생김도 하나같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게다가 성격은 어쩌면 그리도 천차만별인지, 개만 알고 있던 내겐 참신(?)했다.
이후 아내를 따라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특히 결혼 뒤 아파트로 이사한 뒤엔 규칙적으로 밥을 줬는데, 밥 먹으러 오는 녀석들의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혀서였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고 길냥이 밥주기는 일과 중 하나가 됐다. 그사이 숨겨놓은 밥그릇이 자주 없어졌고, 나는 다시 새 밥그릇을 가져다놓곤 했다.
길냥이 밥주기가 중단된 건 얼마 전 새 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서부터였다. 딱히 어디에 고양이들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고양이에 대한 아파트 사람들의 분위기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달여가 흐르니 까먹고 지내게 됐다. 4년여 이어지던 습관이 한달 그만두니 잊힌 것이다.
그런데 나의 망각을 일깨우기라도 하듯 어제 새벽 동 입구에서 노랑둥이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놀란 내게 다가와 연신 몸을 비벼대는게 아닌가? 다들 노랑둥이가 개처럼 사람에게 호감을 표현한다더니만 바로 이 녀석이 딱 그랬다. 속칭 ‘진리의 노랑둥이’였다. 서둘러 사료를 가지고 내려와 화단 한쪽에 놓아주니 녀석은 숨도 안 쉬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오늘 다시 아내와 함께 녀석에게 밥을 주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이 녀석 도대체 그 추웠던 지난 몇달을 어떻게 버텨낸 걸까? 아마 이렇게 온몸을 던지는(?) 적극성 덕이었겠지? 쓰다듬어보니 털 아래 야윈 몸이 손에 느껴졌다. 힘내라. 버텨라. 남은 겨울은 우리가 도와줄게. 아내는 녀석이 찰떡같이 달라붙는다고 해서 이름을 찰떡이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