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돈풀기를 주춤하자, 여파가 세계 경제로 퍼지고 있다. 신흥국으로 몰려갔던 돈들이 유턴하면서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곤두박질이다. 미국 내부도 마찬가지다.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실업과 소득 불균형은 손도 대지 못했다. 민간수요가 늘지 않으니 또 다른 거품을 만들고 그 거품이 터지면 다시 위기를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리라는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 경제든 국내 경제든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래 호황은커녕 나빠지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 적도 없는 것 같다. 살림을 차리고 자식을 키우면서 밥벌이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 딱히 능력도 없지만 한때 언론밥을 먹은 덕에 나름 ‘친정’과 ‘전력’(음… 나만 아는;;)에 먹칠을 하지 않으려니 할 일이 별로 없다. 근근이 푼돈 벌고 월급 받는 배우자 덕에 별일 없이 산다.
예전 회사 선배나 동료 가운데 존경스러운 이들은 그냥 회사 다니는 분들이다.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적성이나 생계 때문이라면 십분 이해한다. 과거 이인용 전 MBC 앵커가 삼성으로 갔을 때, 집안에 우환이 있어 급전이 필요한가 생각했다. 간판뉴스 앵커는 방송 기자에게는 가장 영예로운 자리인 데다 그 회사는 수입도 정년도 보장되지 않나. 민경욱 전 KBS 앵커의 청와대행은 어떤 경우일까? 전날 밤 <9시뉴스>에서 데스크 자격으로 입바른 소리를 하고 다음날 아침 편집회의도 했다면서,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대변인 명찰 달고 대통령 말씀 받아 적는 모습이라니. 이런 민망한 경욱, 아니 경우를 봤나. 모양새 있게, 사표라도 내고 가도록 단 며칠의 말미도 못 얻을 정도로 ‘협상력’ 없는 대변인이라면… 정치는 안 하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