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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한류는 문화제국주의인가-경제적 비교우위 혹은 지역화 현상

SM타운의 프랑스 공연 장면.

한류를 논할 때 한국 문화의 우수성, 경제효과 등 좋은 점만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한류의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반한류나 혐한류처럼 한류가 오히려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는 물론 해외에서 너무 인기가 있다 보니 반대급부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항상 양지의 뒷면에는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음지에 숨겨져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한류의 문화제국주의론이다. 문화제국주의란 부와 권력을 갖춘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저발전국가 사이의 지배와 종속의 이론, 즉 제국주의이론이 문화에도 적용된다는 견해이다.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의 콘텐츠, 상품, 유행 등의 문화가 저발전국가로 유입되고 종속국가의 시장이 지배국가의 문화에 대한 수요와 소비를 불러와 지배국가의 문화에 예속되고 종속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특히 미국의 할리우드 문화가 제3세계에 수출되어 그 나라 고유의 문화를 축출하고 할리우드 문화가 대신하는 것을 크게 우려한 데서 나온 것이다.

한류의 문화제국주의 논쟁은 한류가 대중문화분야에서 동남아시아 등 저발전된 국가에 유포되어 그들의 문화를 종속하고 이를 영구화하려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다. 실제로 한국의 드라마,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상대국에서 이를 경계하여 한국의 대중문화 수입을 규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한류문화 제국주의에 대한 우려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중국에서 프라임타임대에 한국을 겨냥해서 외국 드라마를 방영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영화스크린쿼터제를 강력하게 적용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문화제국주의 이론은 현재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아니다. 한류의 경우에도 문화제국주의 이론보다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문화산업 경쟁력이 높은 국가에서 낮은 국가로 이동하는 경제적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교역의 환경이나 경쟁력이 바뀌면 언제든 수입과 수출국이 바뀔 수 있으며 따라서 문화제국주의의 당사자간 입장도 반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예를 들면 과거 애니메이션, 게임, J-POP 등 일본의 문화가 한국에 득세했지만 이제는 한국의 대중문화 경쟁력이 높아져 대중음악이나 드라마 등 한류가 일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교역을 통해 더욱 세련되고 경쟁력 있는 문화가 탄생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과거에는 한국 시장도 할리우드에 지배당했으나 이제는 이러한 서양 문화와 한국 고유의 문화가 융합하여 새로운 한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류가 하이브리드 문화, 혼종의 문화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제국주의의 비판 이론 중 하나이지만, 한류는 문화의 지역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한류는 유교, 가족주의 등 동아시아적 동질성을 반영하는 문화의 동아시아화 과정에서 나타난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지배적 할리우드 문화를 배격하고 이제는 각 지역 및 권역의 문화가 자립화하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바로 한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문화제국주의적인 한류가 아니라 동아시아가 공유될 수 있는 문화가 탄생한 것이며 언제든 다른 나라에 의해 주도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대중문화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또 한번의 변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문화제국주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상대국에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고 상대국의 문화를 무시하려는 데 있다. 문화제국주의는 한국 문화가 다른 국가의 문화를 말살시키고 종속을 영구화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가 다른 나라에의 일방적인 침투를 지양하고 쌍방향 교류와 같은 상호 호혜적인 문화교류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상대국의 문화가 공존하면서 한류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