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류가 1990년대 후반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형성되었다면, 최근에는 K-POP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다. 드라마는 비교적 유사한 문화환경으로 연결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음악은 비교적 문화 할인율이 낮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이용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K-POP을 논할 때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역할이 항상 같이 얘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싸이의 미국 시장 진출은 국민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할 뿐 아니라, 글로벌 문화로서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한류는 국가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넘어 건축한류, 의료한류, 웨딩한류 등 다른 산업 영역과의 연계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산업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국내의 수용자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수용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이 과거 문화수입국에서 현재의 능동적 문화생산국으로 변화했다는 것도 역시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대중문화가 다른 국가들과 상호적 문화교류를 통한 결과물로서 형성되고 있는 것인지, 문화산업 중심의 정책의 결과물로서 생산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한류가 과거 미국 중심의 서구문화가 일방적으로 확산되면서 나타났던 문화제국주의적 모습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류가 동아시아에서 형성될 시기에 한류 생산 주체들은 표면적으로는 동아시아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문화교류국으로 인정했지만, 실제로는 상업적 이익과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간주하거나 일방적인 관점에서 상호이해가 확장되는 공간으로 바라보았다. 즉,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한류는 국민들에게 문화수출국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는 계기를 제공하거나, 서구 선진국(미국,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거쳐가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담론은 한류 초기 형성기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동아시아 내에서의 한국의 경제성장, 대중문화의 우월감을 국가적 차원에서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담론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 한국의 문화가 아시아에서 주목받는가에 대한 이해보다는 한류문화의 소비방식과 팬덤의 문화소비를 통한 효과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과거 미국 중심의 서구문화가 일방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로컬문화의 특징을 소멸시키거나 획일화시키려는 전략을 답습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또한 동아시아 국가간의 정치적 갈등이 맞물리면서 일본과 중국의 ‘혐한류’와 같은 시위가 나타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유럽과 미국의 한류팬덤을 과잉해석하는 방식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한 세대의 독특한 문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집단적인 경험과 가치 및 정서들의 총합체라는 ‘감정의 구조’에 기인한다는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말을 빌린다면, 한류문화는 서구 중심의 문화적 특징과 팝컬처, 수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국내 한류문화 생산주체들의 역할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고 봐야 한다. 한류를 초국적 문화수용으로서의 텍스트이자 글로벌문화와 로컬문화의 결합과정에서 유발되는 대중문화현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의 입장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혐한류’ 붐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