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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화정 이주현 2014-02-11

한류 콘텐츠 전문가 4인의 전망

JYJ 준수 공연을 찾은 멕시코 팬들.

한계가 보인다는 위기론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낙관론. 한류 콘텐츠의 제작/유통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었다. 할리우드로 진출한 배우 이병헌의 매니지먼트사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 <만추> <칠검> 등 중국과의 합작영화를 제작해온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가진 CJ E&M 이영균 홍보 총괄 부장 그리고 한류 관련 조사연구 및 학술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박성현 조사연구팀장의 의견을 들었다.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

예전엔 해외에서 주목받는 배우가 손에 꼽힐 정도였다면 지금은 본인과 기획사만 준비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미국 에이전트들이 국내 감독과 배우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실제 계약률도 높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블록버스터영화 제작 때 이제 한국 배우들의 캐스팅을 고려한다. 십수년 전 작품 프로모션 관련으로 해외에 나갔을 때 비즈니스적인 접근이 낯설고 힘들었다면 이제는 그 부분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다. 한마디로 한류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고, 네트워크도 확립되었다. 관건은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부분의 전망은 밝다. 한국의 영화와 문화 콘텐츠는 획일화되지 않고 다양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인력 역시 무궁무진하다. 케이블TV에서 두각을 나타낸 젊은 감독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되는 젊은 가수들, 신인배우들의 실력은 놀랄 만큼 출중하다. 아쉬운 건 한류의 성장속도에 맞는 제도적인 장치가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정책이 마련된다면 한류의 성장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

단기적으로 볼 때 한류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한류의 주 소비층인 일본과의 정치적 관계가 악화되면서 그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쪽의 적자를 만회해줄 중국도 한류 소비가 주춤해 보인다.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신 그들이 이제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류는 장기적으로 전망을 내다봐야 하는 사업이다. 중요한 건 한국이 콘텐츠 생산력이나 퀄리티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월등하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합작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류 성장으로 인한 긍정적 변화를 체감해왔다. <칠검> <만추> 등 합작영화들이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며 영화 시장을 넓혀왔다. 또 합작을 할 때 프로덕션 진행과정이 예전보다 수월해졌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변화다. 중국은 합작 초기에는 진입장벽이 높고 폐쇄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그 과정이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의 성과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장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류는 분명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박성현 조사연구팀장

지금까지처럼 앞으로 한류를 이끌어갈 콘텐츠는 K-POP, 드라마, 영화가 될 것이다. 최근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그런 전략이 있었다. 장르 편중을 한류 위기의 이유로 내세우는 데는 그래서 동의하지 않는다. 세계 음악 시장에서 아이돌은 틈새시장이었다.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지만 기획사들은 아이돌을 뮤지컬과 드라마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로 키웠고, 뮤지컬과 드라마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또한 중남미, 중동 등에서도 한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물리적 거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분명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사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슈퍼주니어는 중남미 지역에 진출해 수익을 냈다. 그러한 모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홀로그램 상설 상영관이나 공연장을 설치해 보다 쉽게 한류 콘텐츠를 현지에 제공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K-POP이라는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류의 미래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CJ E&M 이영균 홍보 총괄 부장

최근의 한류는 인력 수출이나 포맷 수출쪽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방송뿐 아니라 영화나 공연도 비슷한 상황이다. <슈퍼스타K> <꽃보다 할배>의 포맷이 중국에 수출됐고,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의 판권이 미국에 팔렸다. 완성된 상품을 수출하는 게 1단계, 인력과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게 2단계, 회사가 진출해 현지화된 사업을 펼치는 게 3단계라고 하면, CJ E&M은 현재 3단계를 준비 중이다. CJ E&M에선 중국을 아우르는 아시아 시장을 우선 진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진출이 용이한 시장은 아니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우리와 감수성도 잘 맞다. 어쨌든 한국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는 요즘, 한류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일은 CJ E&M으로선 ‘무조건’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다. 그 가능성은 <이별계약>의 중국 내 성공과 방송 포맷 판매 실적 등으로 입증됐다고 본다. 중기적으로는 회사 수익의 30%를, 장기적으로는 50%를 해외에서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