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전성시대다. 출판사마다 표지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전집을 내놓는 중이고, 신간도 꾸준히 추가 간행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전집도 개성이 있어야 눈길을 끌게 되어, 민음사는 모던 클래식이라는 시리즈로 코맥 매카시, 모옌, 오르한 파묵을 비롯해 니콜 크라우스나 조너선 사프란 포어 같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고전집을 내고 있다. 창비는 단편들을 지리학적으로 나누어 묶어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폴란드 하는 식으로 9권짜리 전집을 내기도 했고, 현대문학에서도 세계문학단편선을 간행했다. 문학동네는 양장본과 반양장본으로 나누어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독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넓혀주었다. 이런 붐을 타고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출판사별로 네 가지 버전이 나오는가 하면 절판된 뒤 구하기 어려웠던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을 다시 살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문학동네에서 이번에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냈다. 1차로 20권까지 나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문학과지성사의 문지 한국문학전집이나 창비의 창비 20세기 한국소설이 전설이 된 한국문학의 걸작들을 만신전에 올리는 작업이었다면,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 총서나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보다 진행형이고 열려 있다는 인상이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신경숙의 <외딴방>, 김훈의 <칼의 노래>,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포함되었고, 천명관의 <고래>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과 박민규의 <카스테라>도 여기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김승옥, 박완서, 이문구, 최인호, 윤대녕, 김소진의 중단편선집이 포함되었다는 것. 이문구의 책을 펴들면 맛깔난 방언 덕에 한글이 모국어인 게 감사하고, 박완서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가족의 일원으로 산다는 징글맞은 일을 울며 웃으며 공감하게 만든다. 시간이 갈수록 모던한 느낌으로 남는 김승옥과 이른 죽음을 안타까워하게 만드는 김소진의 글들…. 소리를 내어 읽고 싶게 만드는, 모국어가 한글인 쾌락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