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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제자리 <마이 플레이스>

동생이 임신했다. 이것만으로는 아직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이때 동생이 미혼이라면 걱정스럽다. 심지어 동생이 딱히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그것은 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동생의 임신을 둘러싼 부모님의 반응 역시 어딘가 이상하다. 울고불고 뜯어말려야 할 것 같은 어머니는 “자기가 하고 싶다는데 어쩌겠어?”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혼자 키우기 힘들어하면 맡아 길러줄 생각을 한다. 가장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인물은 그의 아버지다. “벼락 맞은 줄 알았다”던 아버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한 딸을 직접 나무라진 못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비정상으로 보이기 시작한 감독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한다.

<마이 플레이스>는 박문칠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동생을 이해하기 위해 동생을 지켜보고, 가족을 인터뷰하는 동시에 예전 사진이나 영상, 동생이 남긴 일기장 등에서 단서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동생의 문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꾸 다른 문제들이 걸려든다. 동생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건의 배후에는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오게 된 가족의 사연과 한국의 근현대사 등이 숨겨져 있다. 감독은 동생의 문제를 가족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위치시키는 데 성공하는데, 이를 하나의 사건을 깊이 파고드는 과정에서 성취해냈다는 점이 경탄할 만하다. 그럼에도 공적인 발언을 위해 사적인 것을 이용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사적인 것, 그 자체를 단단히 지켜낸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말하자면 스케치북 위에 흩어져 있던 꼭짓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집을 그리는 과정이다. 그 꼭짓점은 감독이 찾아다닌 동생의 흔적이기도 하고, 서로 연결되지 않았던 사건이기도 하며, 각자의 제자리를 찾느라 서로 챙기지 못했던 가족 구성원이기도 하다. 이들이 모여 그려낸 누군가를 위한 장소가 아리면서도 든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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