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는 극장 소유주들에게 <앵커맨2: 전설은 계속된다>가 필름으로 배급하는 자사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
필름영화와의 고별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파라마운트가 할리우드 스튜디오로서는 처음으로 필름 프린트를 통한 배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LA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최근 미국 내 극장 소유주들에게 2013년 12월 개봉작 <앵커맨2: 전설은 계속된다>가 35mm 필름으로 배급하는 자사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사실에 덧붙여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극장산업 관계자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디지털 프린트로만 배급된 파라마운트의 첫 영화라고 제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라마운트쪽은 어떤 발언도 삼간 채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다. 필름 매체 포기에 앞장서는 스튜디오로 인식되는 일만큼은 피하려는 모습이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반응은 우려 반 기대 반이다. UCLA 영화&텔레비전 아카이브 디렉터 잔 크리스토파 호락은 “120년 동안 필름은 극장 상영의 표준 포맷이었다. 이제 그 시대가 끝나가는 게 보인다. 내가 놀란 건 그런 변화 자체보다 지나치게 빠른 변화의 속도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더트레이드그룹의 회장 존 피시언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이제 미국 내 배급을 디지털로만 한다는 사실은 새로운 시대로의 역사적 전환을 의미한다. 디지털 시네마는 상영의 질, 프로그래밍의 유연성, 3D, 대안적 콘텐츠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객에게 굉장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라며 반가운 내색을 드러냈다.
물론 파라마운트의 이같은 결정 이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은 많았다. 스튜디오 입장에선 디지털 배급을 통하면 프린트 개당 운송비용을 20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으므로 그 유혹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2011년에는 이십세기 폭스가 상영업자들에게 “1, 2년 안에” 필름 배급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한 바 있고, 이어서 디즈니도 극장 운영자들에게 비슷한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에는 라이언스게이트도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를 일체 디지털로 배급할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했다. 한편 현재 미국 내 극장의 92%는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완비한 상태다. 나머지 8%도 디지털 배급을 종용하는 스튜디오들의 압력을 오래 견디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