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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보고 맞춰보고

< BBC >의 <셜록> 시즌3 vs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

“원작에 대한 충실함”은 공동 크리에이터 스티븐 모팻과 마크 개티스가 늘 강조하는 바다.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 세계에서 깨알같이 솎아낸 디테일을 재조합하여 만들어낸 것이 <BBC>의 <셜록>이다. 그 말은 <셜록>을 보는 큰 재미 중 하나가 반대로 완성된 블록을 해체해가며 보는 데 있다는 뜻도 된다.

1화 <빈 영구차>(The Empty Hearse)의 가장 중요한 참고문헌은 당연히도 <빈집의 모험>(The Empty House)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아서 코난 도일은 10년 만에 셜록 홈스를 부활시켰다. 셜록은 <나무 숭배의 기원> 같은 책을 운운하는 초라한 서적상으로 변장해 존 왓슨 앞에 나타나며, 자살 이후 행적에 관해 “캄캄한 산속을 10마일이나 도망쳤”으며 “마이크로프트 형에게만 사정을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가 런던 테러를 막기 위해 뒤쫓는 모런 경은 원작에선 그를 죽이려 했던 모리아티의 잔당, 세바스찬 모런 대령이었다. 사라진 지하철의 모티브는 아서 코난 도일의 다른 소설 <사라진 특별열차>에서 가져왔고, 수마트라 로드 아래 위치한 문제의 지하철역이나 모런 경을 ‘거대한 쥐’라고 부른 것은 <서식스의 뱀파이어>에 등장하는 문구 (“수마트라의 거대한 쥐”)를 차용했다. 나아가 존의 납치 사건이나 캠프파이어 살인 방법은 <노우드의 건축업자>에서 건축업자가 자기 죽음을 위장한 방식과 유사하고, 셜록에게 사라진 약혼자를 찾아달라고 찾아온 여자의 사연은 <신랑의 정체>의 축약본이다. 셜록과 마이크로프트가 털모자를 주고받으며 ‘추론의 과학’을 경쟁하는 장면도 <블루 카번클>에서 셜록과 존이 선보인 바 있다.

2화 <세명의 징조>(Signs of Three)는 상상력이 가장 많이 가미된 에피소드다. <네 개의 서명>(Signs of Four)의 엔딩에서 존이 “모스턴양이 내 청혼을 받아주었네”라고 한 말을 결혼식 에피소드로 확장시켰다. 가장 중요하게 가져온 건 인물들간의 구도다. 존과 메리 모스턴의 만남, 인도 육군에 복무했던 제임스 숄토 소령과 그를 죽이려는 조너선 스몰의 관계 모두 원작 그대로다. 나아가 존에게 셜록과의 모험을 부추기는 메리는 <보스콤 계곡 미스터리> 도입부에도 등장하고, 셜록이 그렉 경감의 이름을 꾸준히 틀리는 건 실제로 아서 코난 도일이 G. 레스트레이드라고만 표기했던 바의 반영이다. 한편 조너선 스몰의 리허설 상대로 낙점된 버킹엄 궁전 근위병의 죽음은 <등이 굽은 남자>에 나오는 밀실살인사건을 연상케 한다. 추가로 “문앞에서 망설이는 사람은 틀림없이 연애 문제로 찾아온 거야”라는 대사(<신랑의 정체>), 며칠 만에 친해진 친구의 실종과 불에 탄 뼈 조각 관련 미스터리(<위스테리아 로지>) 등도 지적할 만하다.

3화 <마지막 서약>(His Last Vow)은 의외로 <마지막 인사>(His Last Bow)가 아니라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에 크게 빚지고 있다.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은 온갖 더러운 정보로 귀족을 협박해 거금을 뜯어내는 데 귀재였다. 그는 원작에서도 셜록에게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흉측하고 납작한 몸으로 슬금슬금 기어다니는 뱀”(드라마에서는 상어) 취급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에서는 메리도 그의 협박의 대상 중 하나로 걸려들고 마는데, 그녀의 캐릭터는 <누런 얼굴>에 나오는 말 못할 과거를 지닌 미국 여자 에피 먼로를 닮았다. 그녀의 비밀이 담긴 USB 위의 이니셜 A.G.R.A.는 <네 개의 서명>에서 주인공들이 보물을 숨겨둔 장소였으며, 그녀가 셜록, 존과 삼자대면하는 라인스터 가든의 빈집은 <주홍색 연구> 중 ‘로린스턴 가든 사건’ 속 빈집과 판박이다. 그런가 하면 <입술이 비뚤어진 남자>에서는 메리의 죽마고우 케이트와 그녀의 마약쟁이 남편(드라마에서는 아들) 문제가 등장하는 도입부, 그로 인해 코카인 소굴에서 존과 셜록이 맞닥뜨리게 되는 장면 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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