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불쾌하면서도 무서운, 그러면서도 몹시 궁금한 어떤 것. 교고쿠 나쓰히코의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공포 소설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하지만 사건이 해결되는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미스터리물인데 퍼즐을 다 맞춘 뒤에 이상하게도 우수리가 남는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교고쿠도 시리즈 중 단편집 <백귀야행 양>이다.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를 비롯한 교고쿠도 시리즈는 일본에서 전승되는 요괴담을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시대배경은 전후 일본이고, 어수선한 사회에서 전쟁의 망령과 싸우고 국가를 재건하는 시대 말이다. 전통사회가 현대 물질문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동안 구시대의 요괴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한다. 요괴의 소행이라고만 보이는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 뒤 유약한 소설가 세키구치, 이상한 것을 보는 탐정 에노키즈,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는 것도 없어서 마음에서 요괴를 떼어내는 일에도 능한 고서점 주인 교고쿠도가 인과관계를 도출해낸다. <백귀야행 양>의 첫 사건은 고서점 주인 교고쿠도에게 명망 있는 가문의 막대한 책을 처분하는 어느 자산관리인에 대해서다. 그는 있을 리 없는 여동생의 존재에 집착하는 중이다. 그런 기분이 들어서다. 그럼 그 여동생은 진짜 있긴 한 걸까? 교고쿠도 시리즈 중 장편소설들은 사건 해결이 명확한 편이지만 이 단편들은 온통 안개에 싸인 채 끝난다. 그 시대에는 요괴니 하는 게 있었다는 게 아니라 “어제는 말일세, 이미 현실이 아닌 것일세. 거짓도 사실도 없네. 잘못 본 것도 착각도 모두, 전부 같은 선에 있지. 현실이 아니라면 유령도 있을 걸세. 이 세상이 아니라면.” 언어의 세계에서는 성립되지만 과학적 물질성을 갖출 수 없는 이런 세계관에서 <백귀야행>의 이야기들은 숨을 쉰다. 참고로 <백귀야행 음>은 1년 전 출간되었고, 교고쿠도 시리즈 장편소설들의 분량에 겁먹은 사람에게는 교고쿠 나쓰히코에게 나오키상을 안긴 <항설백물어>를 권한다. 영화 <우부메의 여름>과 애니메이션 <망량의 상자>도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