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시민들의 펀딩과 개인투자로 제작되었다고 들었다. =2011년 6월,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가 오랜 법정 공방 끝에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는 기사를 읽고 이 이야기를 영화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엔 크라우드 펀딩으로 종잣돈 1억2천만원을 모았는데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 제작을 하면서 돈을 모으기로 했다. 자금 압박이 있었지만 다행히 돈이 필요하다 싶을 때마다 돈이 모이더라.
-쉽지 않을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굳이 이 소재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공식적으로는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니까. 개인적으로는 충무로의 대기업 시스템에 지쳐 있었다. 다른 길을 고민하고 있을 때 황유미씨 사연을 들었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유가족을 옆에서 직접 보며 내가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뛰어난 이야기 소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소재만 가지고 영화가 되는 건 아닌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특히 그렇다. 영화화할 가치가 있는가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선보였을 때 실제 인물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 황유미씨의 아버님이신 황상기씨에게 보여드렸을 때 좋아하실까가 첫 번째 관문이었다. 다행히 첫 관문은 통과했으니 절반은 온 셈이다. 남은 절반은 많은 이들과 공감하는 것이다.
-최근 사회참여영화들이 늘어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만큼 사회가 어둡고 할 말은 많아졌다는 거 아닐까. 다만 우려되는 점은 소재의 자극성보다는 완성도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명분과 의무로 영화보기를 강요하는 것만큼 비극도 없다. 소재의 정당성만큼 영화로서 재미도 있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가능하면 이런 소재로는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좋은 세상이 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