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접한 가장 탁월한 통찰은 전/현 정부를 각각 좀비와 여귀로 비교 분석한 김곡 영화감독의 <한겨레21> 칼럼이다. 스타일 구겨지든 말든 먹을 것이 있으면 달려드는 좀비와, 아무리 사소한 것에라도 초월적 집요함과 불타는 뒤끝을 보여주는 독보적 원혼 여귀. 놀라운 비유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본 직업군 중 가장 똑똑한 이들은 영화감독들이다. 두 번째는 보건의료 운동가들(우석균, 변혜진 같은 분들은 심지어 인물도 좋아요. 사랑해요 건강권, 지켜줘요 정상의료~).
허접하기 짝이 없는 역사 교과서를 선정했던 학교들이 교육 주체들의 요구에 따라 채택을 취소하자, 교육부는 “(선정 번복에) ‘외압’이 있었다”고 하고(그래서 뭘 어쩌라는 것도 없이) 여당은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가능하지도 않다). 그야말로 ‘여귀’스러운 복수와 자존심을 위해서라고밖에는 이유를 못 찾겠다.
경제민주화에서 경제‘민영’화로 넘어가면서도 안색 하나 바꾸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도로 난리치는 와중에, 보건/의료와 교육의 큰 빗장 두개를 끌러버렸다. 의료법인은 영리활동이 가능한 자회사를 세울 수 있고 제주 국제학교들은 이익금을 해외 송금할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란다. 대통령은 새해 기자(앞)회견에서 규제 완화의 대표적 업종으로 이들 분야를 강조했다. 병원은 영리활동을 안 해도, 자회사가 건물 빌려주고 의료기기 대여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면 환자 호주머니 털리는 건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뭘로 배당을 하나. 우리는 의사가 파는 건강보조식품까지 할부로 구입해야 할지 모른다. 제주 국제학교의 영리화는 인천 등 다른 경제특구에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국내 사학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돈 벌게 해달라고 떼쓰겠지. 그다음엔 정부가 나서 ‘경쟁력 없는’ 공립학교를 민영화하지 않을까 겁난다. 그나마 쓸 만한 학교만 뚝 떼서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