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지나면 새로운 정부의 1년 성과에 대해 대대적인 보도가 나오고 각계각층에서 한마디씩 쏟아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1년의 성과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누군가는 그 이유를 ‘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한 게 아무것도 없으면 비토 진영에서 그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해야 하는데 그런 식의 비판 기사도 딱히 눈에 띄질 않는다. 상황이 이 정도면 박근혜 정권 1년에 대해 사실상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누구 말처럼 ‘이명박근혜 정권 6년차’라서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얼마전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해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트위터를 봤다. 다름 아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대표 이택수씨의 트위터가 그것이다.
“2012년 12월 대선 직전 리얼미터 주간 집계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47.9%였는데, 1년이 지난 지금 48.5%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선이 1년 지났지만 아직도 대선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여론조사 결과가 대변하고 있습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대선이 끝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분석이다. 실제로 현 정권은 국가정보원 및 국군사이버사령부 등의 대선 개입으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권은 그것을 방어하느라 거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집권 1년차에 벌써 차기 대선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불과 1년 전 패배의 고배를 마셨던 문재인 의원은 이미 정치활동을 시작했고, 그와 경쟁적 파트너 관계를 이뤘던 안철수 의원 역시 신당 창당을 통한 세 결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야권만 이런 게 아니다. 여권의 김무성 의원은 차기 대선 주자로 불리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며 철도노조파업 관련 협상의 전면에 거리낌 없이 나서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 정도면 대단히 심각한 ‘조기 레임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 정권과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일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불통’ 논란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넣고만 있다. 그러다보니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중도층과 젊은층의 이탈이 이미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현 정권 입장에서 다행이라고 하면 이런 호기(?)에도 현 정권과 동반 지지율 하락이란 한배를 타고 있는 제1 야당 민주당의 존재다. 민주당이 대안 수권세력으로서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기에 그나마 현 정권 우위의 구도가 그럭저럭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정말 대선 1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별 차이가 없다. 지금 다시 대선을 치른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랄까? 분명한 건 이로 인해 가장 난감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란 점이다. 본인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