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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어처구니없어서 흥하네?

독일 사회 변방의 목소리를 통해 주류 관객 사로잡은 <퍼큐 괴테>

<퍼큐 괴테>

2013년 상반기 침체됐던 독일 영화계가 활기를 되찾았다. 11월 초에 개봉한 <퍼큐 괴테>(Fack ju Gohte)가 현재 500만명의 관객몰이를 하며 기대치 않았던 성공을 거두면서다. 이로써 <퍼큐 괴테>는 2013년 독일의 최고 흥행 자국영화로 등극했다. 이 작품의 흥행수입은 무려 4천만유로에 이른다. 학원 코미디물인 이 영화는 처음엔 그저 그런 흥행성적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수가 압도적으로 늘었다. 주인공 체키 뮐러 역은 독일 십대들의 우상인 엘리아스 음바레크가 맡았다.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주인공 체키는 오해로 인해 얼떨결에 저소득, 저학력 가정 출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조교사로 취직한다. 그러다 급기야 문제아반의 담임까지 맡게 된다. 속어와 거친 행동이 몸에 밴 불량 교사 체키와 문제아 학생들의 정서적 교감이 웃음을 자아낸다. 건전한 해피엔딩의 코미디영화로 포장되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독일의 사회/교육 문제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주민 문제, 저소득, 저학력층 출신 가정의 자녀에 대한 공교육의 난관, 학교 폭력 문제, 그들만의 거친 비속어, 은어, 왕따 문제, 독일어 맞춤법 새 개정 문제 등 독일의 교육과 사회에 산재한 문제가 가벼운 코미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영화 속 대사가 실제 독일 청소년들이 쓰는 언어를 100%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의 흥행비결을 찾을 수 있다. 제목의 철자부터 의도적으로 틀리게 지은 <퍼큐 괴테>에서는 껄렁하면서도 쿨한 이주민, 하층계급 청소년들만의 언어를 접할 수 있다. 성인 관객은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비속어 때문에 웃고, 청소년 관객은 자신들의 대화를 스크린에서 확인하며 박장대소한다. 이는 감독과 시나리오를 모두 맡은 다그테킨 감독의 출신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독일인 어머니와 터키인 아버지가 이룬 다문화 가정에서 자랐고, 터키인과 독일인 재혼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을 그린 시트콤 <초보자를 위한 터키어>(2006)의 극본을 쓴 바 있다. 이 시트콤을 바탕으로 개봉한 감독의 데뷔작 <초보자를 위한 터키어>(2012)는 관객 100만명을 넘기는 성공을 거뒀다. 독일 사회 변방의 목소리를 통해 주류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다그테킨 감독과 <퍼큐 괴테>의 선전은 2013년 독일 영화계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