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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액션+캐릭터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4-01-07

<신의 한 수> 조범구 감독

제작 (주)메이스엔터테인먼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공동제작 (주)아지트필름 / 출연 정우성, 안성기, 이범수, 김인권, 이시영, 안길강, 최진혁 /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개봉 상반기 / 시놉시스 태석(정우성)은 프로 바둑 기사다. 형의 부탁으로 내기 바둑을 두게 된 그는 어떤 사건에 휘말리며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모든 것을 잃게 된 태석은 교도소에서 심기일전하며 자신을 파멸하게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그의 상대는 피도 눈물도 없는 내기바둑꾼 살수(이범수). 바둑 한판으로 사람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살수에 맞서기 위해 태석은 장님 바둑고수 주님(안성기), 재기 넘치는 바둑꾼 꽁수(김인권) 등의 도움을 받는다.

“이제 5회차 남았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예상보다 차분하다. 지난 새벽(크리스마스였다!) 내내 현장에 머물렀다는 연출자의 피로를 읽을 수가 없다. 바둑 기사들이 등장하는 액션 누아르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감독도 영화를 닮아가는 걸까. 촬영 막바지의 피로와 긴장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정제된 말로 <신의 한 수>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하는 조범구 감독의 말투가 상대방에게 함부로 패를 내보이는 법이 없는 바둑 기사의 면모를 떠올리게 한다.

<신의 한 수>는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의 통렬한 복수극이다. 그런데 그의 직업이 프로 바둑 기사라는 점이 이 영화를 복합적으로 만든다. 머리만 쓰던 남자가 복수를 위해 몸으로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 거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 텐데, 그렇다면 복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가. 조범구 감독은 <신의 한 수>가 “영웅과 무협의 서사를 가미한” 작품이 될 거라고 말한다. “주인공 태석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고, 절치부심 끝에 조력자를 만나 그들의 도움에 힘입어 복수를 해나간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태석의 조력자이거나 적”이라는 조범구 감독의 설명을 들으니 조금 더 분명해진다. <신의 한 수>는 복수가 완성되는 ‘그 순간’까지 한눈팔지 않고 달음박질하는 액션누아르영화다. “바둑 한판에도 사활을 걸고 임하던 사람이 이제는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었으니, 그 감정이 얼마나 절절하겠나. 그 때문인지 매 장면들이 굉장히 극적이고 세다.” <뚝방전설> <>을 통해 액션 연출에 일가견을 보여온 조범구 감독이지만, <신의 한 수>의 액션에는 그의 전작들을 넘어서는 강렬한 드라마가 장전되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액션의 수위 또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예상할 만큼 세게 잡았다.

배우 정우성이 극의 중심부에 있다. 그의 “젠틀한 성품과 타고난 액션 능력”이 바둑과 액션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태석이라는 인물에 적역이었다고 조범구 감독은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예전에 TV에서 정두홍 감독님이 ‘한국 영화계에서 액션을 가장 잘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정우성’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보았다. 이번에 정 선배와 함께 작업해보니 왜 그런 말씀을 했는지 알겠더라. 보통 동양의 액션은 스케일보다는 스피드로 승부하는데, 정 선배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되는 보기 드문 배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불어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쾌감은 “정우성이 연기하는 태석이 상대방을 한명씩 꺾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 있다. 남성 관객을 “오징어 주꾸미”로 만들어버릴 거라는 ‘상남자’ 정우성의 19금 액션. <신의 한 수>는 임필성 감독의 ‘19금 멜로’ <마담 뺑덕>과 더불어 배우 정우성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다.

액션에 방점을 찍는 영화라고 해서 바둑이라는 소재를 소홀히 다루지는 않았다. 조범구 감독은 “바둑 두는 장면과 액션 신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정적인 스포츠이지만, 속으로는 죽기살기로 정신 싸움을 벌이는 바둑의 ‘동’적인 특성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실제 바둑 고수들의 기풍을 참조해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로 탄생시킨 각 등장인물의 개성 있는 바둑 기풍도 눈 밝은 관객에겐 부가적인 재미를 줄 거다. “바둑영화, 액션영화, 캐릭터영화. 무려 3편의 영화를 찍는 느낌이라” 고생이 많았다는 조범구 감독이지만, “어떤 영화의 장면이나 캐릭터에도 영향 받지않은, 순도 100%의 크리에이티브를 고수했다”는 점에서 <신의 한 수>는 그에게도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그만큼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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