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강경 진압 과정을 보고 있자니 이런 윽박이 귓속을 파고든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입 닥치고 조용히, 주는 대로 먹고 살아. 감히 어디서 저항질이야?” 공포를 내면화시켜 우민을 양산하려는 권력자들의 저 케케묵은 관성은 참으로 변하지 않는구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상태였으니 체포영장만 가지고 어마어마한 경찰병력과 체포조를 동원해 민주노총에 불법 주거 침입한 저들. 부서지는 유리문, 난사되는 최루액, 쓰러지는 노동자들… 여기… 법치국가 맞아?
공포정치의 전형이 뻔뻔스럽게 반복되는 시대착오적인 시대. 서글프지만, 서글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공포가 내면화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공포는 현실도피는 물론 우리의 심신을 무기력과 냉소에 빠지게 한다. 냉소는 세상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항복의 포즈다. 무기력과 냉소에 오염되면 내 삶의 주인으로 살 수가 없다. 그러니 슬픈 시대일수록 정신 차려 자신의 내면을 잘 돌봐야 하리라. 물신과 공포의 노예로 사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살기 위해.
권력자들은 국민들에게 흔히 정치적 중립을 종용한다. 그러나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어떤 사안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입장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입장들의 소통과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것이지 애초에 어떤 정치적 입장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니와 건강하지도 않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무사유는 우리의 현재를 망치며 권력이 저지르는 유무형의 폭력을 방조하게 한다. 망쳐진 현재로부터 더 나은 미래가 오는 법은 없다.
민주노총에 공권력이 투입된 지난 12월22일. 그날은 동짓날이었고, 나는 친구들과 팥죽을 먹으며 자본이라는 초강력 물신, 거기에 영혼을 판 권력자들이 휘두르는 힘에 굴종하지 않겠다고 ‘연말답게’ 성찰모드로 몇 가지를 다짐했다. 내가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실천들: 1. 살포되는 공포에 주눅 들지 않도록 마음을 잘 보살피겠다. 권력자들을 향해 “공포, 꺼져!”라고 발랄하게 말해주겠다. 2. 정당한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들에 용돈을 쪼개 지지성금을 내겠다. 작은 돈이지만 마음을 실천하는 기쁨이 있으니까. 3. 곧 기차를 타야 하는 일이 있다. 나는 SNS를 하지 않으니 아날로그 방법으로 옆 좌석에 앉은 사람과 철도파업에 대해 대화해보겠다. 공공재로서의 철도를 지켜내지 못하고 민영화가 된다면 어떤 기막힌 일들이 벌어질지 이야기 나누어보리라. 옆 좌석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이라면 더욱 흥미롭겠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이런 응원을: “파업으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정부와 앵무새뉴스들이 협박하고 있지만, 철도노조 여러분, 염려 마세요.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이 정도 불편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요. 그러니 부디 힘을 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