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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TVIEW] 프레임 밖에서 판읽기의 묘미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두 번째 시즌 맞아 더 인기 끄는 까닭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쏘우>의 살인마 직쏘에게 납치되어 몸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거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면, 그리고 어디선가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아마 울면서 대답할 것 같다. “어차피 죽을 텐데 그냥 게임 안 할래요. 귀찮아요.”

머리 쓰는 건 귀찮다. 이기거나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이 클수록 피하고 싶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판에 끼었다가 바보되는 건 싫다. 하지만, 혹은 그래서 지난 시즌에 이어 요즘도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를 본다. TV에서 방송되는 콘텐츠들은 일단 쉬워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엄청난 집중력과 두뇌회전을 요하는 이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집중할 만한 가치, 즉 다른 것들로부터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출연하면 출연료를 받고 이기면 가넷(프로그램상의 가상화폐로 개당 100만원의 가치를 가짐)을 벌고 우승하면 상금을 타는 그들과 달리 게임에 몰입해봐야 돈이 나오지도 밥이 나오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더 지니어스2>를 몇번씩 ‘다시감기’해가며 보는 건 그런 ‘쓸데없는’ 재미 때문일 거다. 13종의 동물을 등장시켜 포식자와 피식자로 나누고 각자의 승패 조건이 다 다른 ‘먹이사슬’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표를 그려놓고 눈을 번뜩이며 내용을 받아 적을 땐, 학생 시절 필기도 이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게다가 ‘영원한 2인자’, ‘준우승의 아이콘’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지난 시즌 드라마틱한 우승을 이뤄낸 홍진호의 재출연, 그리고 프로게이머 시절 그의 숙적이었던 ‘황제’ 임요환을 같은 판으로 끌어들이다니 실로 귀신같은 섭외가 아닌가.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제시됐던 “과정과 결과, 집단과 개인, 아름다운 패배와 추악한 승리”라는 <더 지니어스>의 요소들은 인간이 실제로 삶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딜레마를 예능의 틀 안에서 정면으로 마주보게 한다. 한명이 희생하면 동맹을 맺은 다수가 사는 상황, 하지만 이후의 안위가 철저히 보장되지 않을 때 여럿은 개인의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가. 강자와 약자가 승부를 겨룰 때 제삼자는 강자의 편에서 이익을 취할 것인가, 약자에 대한 신의를 지킬 것인가, 그저 방관할 것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친구였던 상대와 한 의자를 놓고 싸우는 적이 되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기기 위해서는 이기적이 되어야 하고, 욕먹지 않으려 애쓰거나 신의를 지키려다가는 까딱하면 판에서 밀려난다. 이 모든 건 단지 예능에서만 벌어지는 게임이 아니다.

그러나 <더 지니어스2>의 진짜 묘미는 ‘아름다운 패배 vs 추악한 승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판이 움직이는 순간에 있다. 누군가를 배척하거나 치사한 수를 쓰지 않으면서도 발상의 전환으로 필승법을 찾아내는 홍진호가 자연스럽게 게임의 중심이 되고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굳이 추악해지지 않더라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판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게임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프레임 바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재능과 용기와 운이 모두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이기기는 힘들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가능할 수도 있다는, 따라잡기도 버거운 이 게임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우리가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더 지니어스2> 최고의 매력남은?

폭풍 같은 게임 운영을 보여주는 홍진호나, 게임에선 허당이지만 백옥 같은 피부를 자랑하는 임요환 이상으로 매력 있는 플레이어는 역시 지난 시즌 3위에 빛나는 이상민이다. 큰 소리 내지 않고 뒤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상대의 눈만 봐도 거짓을 가려내는 능력을 지녔지만 약한 플레이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그는 은근한 낭만파에 외로운 늑대 같은 남자다. 그러니 휑한 홀 한가운데서 뜬금없이 윈드밀을 선보이는 이상민의 예측불가 매력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우승 상금을 받아 Mnet <음악의 신2>를 제작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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