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하루였다. 아침부터 막가자는 듯 신규 채용 공고를 내놓고 코레일 사장은 조계사에서 노조 대표를 만나고, 교섭 재개를 알리자마자 경제부총리는 “타협없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분의 ‘심기’를 헤아린 행보겠지만 참으로 우왕좌왕 ‘뻘쭘’하다.
그간 정부/여당이 쏟아낸 적대의 언어나 적반하장식 태도들이 ‘무능함’의 외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철도노조 파업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정도가 지나쳐 보인다. 대선 불복이라느니 김대중/노무현 탓이라느니. 급기야 대통령이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니 “신뢰해야 한다”는 걸 해법으로 내놓았다. 그걸 받아 적고 있는 청와대 수석들이라니. 불신지옥이라고 적었으려나. 집권세력 안에 인재가 왜 없겠나. 사람도 정보도 몰려 있다. 당장 코레일 사장도 철도 전문가다. 그런 이들이 너도나도 속수무책 ‘반편이’가 된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나 싶지만서도… 진심으로 걱정된다. 짐작보다 훨씬 무능하다.
게다가 위험하다. 꽉 막힌 ‘나 홀로 법과 원칙’은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부채질하고,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뻗대는 ‘정치적 자폐’는 기왕의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의 유산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경제를 선순환시킬 힘 있는 정책운영은커녕 학예회 발표하듯 백날천날 뜬구름 잡는 행복, 창조 타령이니 그나마 알량한 국부마저 거덜날까 두렵다. 이런 지도자야말로 경제부총리의 걱정처럼 “국가경제의 동맥을 끊고 경제회복의 불씨를 끄는” 가장 위험한 존재이다. 전임 대통령이 국민을 직원으로 대했다면 이번 대통령은 복사기로 대하는 것 같다. 제 무능은 나 몰라라, 맘대로 안 되면 화내고 때리고 덮어씌우고….
세밑, 이대로 총파업으로 가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거다. 야당은 잃을 게 있지만 국민은 잃을 게 없다(복사기 때리다 복사기에 얻어맞아본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