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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of 2013 (3)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 <씨네21> 기자들과 평론가들이 선정했습니다

2013 외국영화 베스트5

올해의 외국영화 1

근원적 불안의 불확정성 <마스터>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관해 한없이 불길한 성찰을 보여준 작품,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가 올해의 가장 ‘길’한 해외영화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프레디 퀠과 신흥종교 단체 교주이자 사이비 심리학자인 랭카스터 도드의 서로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관계를 다룬 영화는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의 콤플렉스에 관한 시적인 탐구”(장병원)로 본 이도 있고, “아버지 세대를 부정함으로써 루저가 되는 그 불안을 기꺼이 긍정하는 용기”(김영진)를 높이 산 이도 있는가 하면, “전쟁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처절하고 치밀하게 파괴시키는지를 전장을 시각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내면 탐구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로, 지배와 비피지배에 관한 서사를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김지미)고 읽은 이도 있었다. 평범하고 정상적인 삶에 편입하지 못하거나 혹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을 치열하게 파헤친 끝에 나온 이 한편의 불확정적인 영화에 관해서는 그러므로 “어디서 어떻게 보아도 형체가 잡히지 않고 찌그러져 있다고 말한다면 그게 이 영화에 관한 가장 호의적인 평이 될 것이다”(정한석)라는 평가가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해석에 한표를 던지더라도 결과적으로 “미국 현대사의 이면과 개인의 내면을 동시에 보는 망원경과 현미경을 두루 장착한”(김영진) 이 영화가 “올해 만들어진 가장 섬세하고, 가장 균형 있는 드라마”(이지현)라는데는 이견을 내놓기 어렵다. “마스터, 마스터터치, 마스터피스”(이동진)라는 극찬이 수사에 그치지 않는 까닭이다.

올해의 외국영화 2

아, 영화여! <라이프 오브 파이>

<아바타>는 시작에 불과했다.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기술과 예술, 문학, 철학, 종교가 합일된 우주적인 스토리”(장병원)로 3D영화의 새로운 공간을 열어젖혔다. 그 새로운 공간의 정점에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 그 바다를 이루는 물이 있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하나의 이미지로 대변한다면 단순성과 투명함과 유동성과 무한함을 동시에 지닌 물이다. 물의 심오한 물질성을 3D의 공간감각으로 재창조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경탄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허문영) 그리고 “리안 감독은 언제나 영화 속 리처드 파커처럼 경이로운 순간을 무심히 툭 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주성철)갔다. “이전까지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이하고 신비로운 경험에 숨이 막혔”(남다은)던 우리는 그가 스크린 위에 펼쳐놓은 그 망망대해 위에 덩그러니 남아 “단순한 서사를 황홀하게 끌고 가는 감독의 혜안과 기술력”(김효선)을 하염없이 헤아리는 수밖에 없다.

올해의 외국영화 3

우리도 우주에 있었다 <그래비티>

<라이프 오브 파이>의 뒤를 바짝 추격한 영화는 다름 아닌 <그래비티>였다. “영화의 공간감을 새롭게 정의했다”(남동철)거나 “기대와 우려를 안고 전진해온 3D영화는 이제 자기 자리를 제대로 마련한 것 같다”(이현경)는 등의 비슷한 평가도 쏟아졌다. 다만 <라이프 오브 파이>가 바다로 갔다면 <그래비티>는 우주로 갔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전자가 우주로서의 바다를 품고자 했던 영화라면 후자는 바다와도 같이 펼쳐진 우주를 여행하고자 했던 영화라는 점이 다르다. 그러니 이 영화만의 선정 근거는 “그래요. 전 샌드라 불럭과 함께 우주에 갔다가 돌아왔어요”(듀나)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관객도 그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전 영화들과 차별화 된다”(이현경)는 것이 이 영화만의 고유한 3D 미학이다. 이 미학이 어디까지 우리를 데려갈까. 앞으로 기다려볼 일이다.

올해의 외국영화 4

막간의 기적 <홀리모터스>

가면 쓴 드니 라방의 변신하는 육체를 따라 펼쳐지는 9편의 역할극을 흥미롭게 이어낸, 영화에 관한 영화 <홀리모터스>를 향해서도 상찬이 쏟아졌다. “올해 본 메타시네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다. 영화에 대한 비유이자, 세상에 대한 비유로 봤다.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 순환하는 시간성과 부유하는 공간 등이 특히 기억난다.”(한창호) “영화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창의적인 영화적 재현.”(김지미) “말 그대로 계속 ‘새로운’ 영화가 등장하고 있다는 희열을 줬다.”(주성철) 그런가 하면 일부 평자는 이 영화에서 가장 황홀하고 해방적인 순간으로 ‘중간휴식’ 장면을 꼽기도 했다. 드니 라방이 유일하게 가면을 벗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장면이다. “이 음악과 그것의 방식과 위치를 기적처럼 찾아냈다는 점만으로도 <홀리모터스>는 걸작의 반열에 오를 자격이 있다.”(허문영) 우리는 아마도 그 장면을 통해 이 영화가 주었던 흥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올해의 외국영화 5

사랑과 죽음을 넘어서 <아무르>

“삶과 죽음과 사랑에 대한 거장의 성찰”(김태훈)이 담긴 영화 <아무르>가 5위의 자리에 올랐다. 어느 노부부의 마지막 나날을 미하엘 하네케 감독답게 아주 차가운 실내극으로 옮겨낸 <아무르>는 “늙음과 죽음에 관한 냉정한 연출”(남동철)로 “삶과 죽음의 비정함이 아닌 무정함을 차분히 설득하는 경지”(김효선)를 보여주었다. 그 경지는 잉마르 베리만의 그것을 연상시킬 만한 것이었다. “베리만 스타일의 실내 멜로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침실, 부엌, 응접실, 이 세곳에 거의 모든 이야기를 압축시켰다. 남자가 그 일을 치른 뒤, 혼자 부엌에서 흰 꽃을 가위로 다듬는 순간의 표현 등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한창호) 그렇듯 <아무르>는 “완벽한 조각품을 보는 듯 눈에 선하고 명확한 영화 속에서 인간적 감정의 정점을 끌어냄”으로써 “사랑과 죽음을 뛰어넘는 거장의 고전주의적 필치가 새겨진 작품”(이지현)이 됐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

<필름 소셜리즘>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변치 않는 활력

올해의 해외영화 6~10위

해외영화 10선

01 <마스터> 02 <라이프 오브 파이> 03 <그래비티> 04 <홀리모터스> 05 <아무르> 06 <사랑에 빠진 것처럼> 07 <코스모폴리스> 08 <필름 소셜리즘> 09 <일대종사> 10 <까미유 끌로델> <링컨>

올해 해외영화는 풍년이었다. 그만큼 표도 고르게 분산되어 각양각색의 영화들이 후보로 올라왔고 순위마다 표 차이도 적었다. 하지만 1위부터 4위까지 그룹의 영화들만큼은 기타 영화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공통된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1위를 차지한 <마스터>는 이견의 여지없이 고르고 높은 지지를 보였다. 2위 <라이프 오브 파이>와 3위 <그래비티>는 둘 다 올해 주목해야 할 3D영화라는 점에서 지지자들의 의견이 양쪽으로 갈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근소한 차이로 <라이프 오브 파이>에 영광이 돌아갔다. 4위 <홀리모터스>는 이 작품을 1위로 꼽은 강력한 지지자들 덕분에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다만 언급된 횟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에 표를 던진 이들이 다수였다는 점이 순위가 뒤처진 원인이었다. 5위를 차지한 <아무르>를 비롯하여 비교적 상반기 영화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도 주목해볼 만한 지점이다.

6위를 차지한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표를 던진 필자들이 한결같이 높은 순위에 꼽을 정도로 애정을 표시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변치 않은 활력과 점점 깊어가는 손길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7위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코스모폴리스>에 돌아갔다. “리무진 안에서 흘러가는 세계 경제의 피상성과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우스꽝스러운 세계 구조에 대한 날카롭고 통렬한 비판”(김지미)이 돋보이는 이 영화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재발견이라 할 만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8위의 <필름 소셜리즘>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다. “이미지의 혁명, 혁명의 이미지, 청년 시절의 고다르로 회귀한 것 같다”(장병원)는 극찬에서 알 수 있듯 소수의 필자들이 선택했음에도 선정한 필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8위에 올랐다. 9위는 “장쯔이의 얼굴에서 <동사서독>의 장만옥의 표정이 비친”(주성철)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 “<2046>에서부터의 장쯔이라는 여배우의 고혹에 집중하게 된다” (송효정)는 평가처럼 여배우의 매력을 이끌어내는 왕가위 감독의 손길에 박수를 보낸 필자들이 많았다. “예술가 전기영화의 새로운 범주를 창조”(김영진)했다는 평을 이끌어낸 <까미유 끌로델>과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링컨의 얼굴을 드러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은 나란히 10위를 차지했다.

한편 올해의 과대평가, 과소평가 영화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과대평가된 영화로는 “흥미로운 영화지만 ‘걸작’ 운운 평가는 지나쳤다”(김영진)는 <그래비티>, “영화적 경직됨이 마치 영화적 엄격함인 것처럼 오해된 작품” (남다은)이라는 <아무르>에 비교적 표가 몰린 가운데, <마스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레미제라블> <홀리모터스> 등 다양한 영화들에 대한 의견이 쏟아졌다. 과소평가된 영화로는 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스프링 브레이커스> <퍼시픽 림> <일대종사> <폭스파이어> <애프터 루시아> <안나 카레니나> <라스트 스탠드> <잊혀진 꿈의 동굴> <바람이 분다> <카운슬러> 등 수많은 작품들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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