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연애는 ‘코칭’의 영역에 자리잡았다. 우리가 모두 서로 다른 사람들이니, 나를 알고 당신을 알고 나와 당신이 같고 다른 그 지점으로부터 새로운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제 아무도 하지 않고 듣지 않는 것 같다.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상담 코너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2013년 하반기에 가장 핫했던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JTBC의 <마녀사냥>을 빼놓기 힘들 것 같으며, 서점 자기계발서 서가에는 연애심리학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네 남자친구가 제일 문제다>는 <남자셋 여자셋> <세친구>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을 만든 김성덕 PD가 쓴 연애상담서. 좀 놀아본 오빠가 알려주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심리를 담았는데, 남녀관계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연애 전문가, 결혼 전문가, 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고 연애서를 섭렵한 결과물이다. 진화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적 관점을 기반으로 여자와 남자가 ‘어쩔 수 없는 면’, 즉 타고난 면에 대해 말하면서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돕는다.
저자가 주변 사람들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수다떨듯 늘어놓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더 좋은 편이다. 실제 이야기에 더해 왜 그럴까를 생각하는 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남자의 진실(술버릇, 폭력, 변태 성향, 도벽, 괴팍한 성격, 카드 빚, 심지어 유부남인지까지)을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술을 끝까지 마시게 할 것(취하니까 그만 마시라고 말리는 짓을 한번쯤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사소한 생활의 습관까지 관찰할 수 있도록 깊게 사귀어볼 것. 상대가 바람 피우는 걸 적발했다면? “진정으로 뉘우치느냐 같은 케케묵은 진단 방식은 과감히 버려라. 과거의 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신뢰다.” 책 막판에 가서는 무게잡고 장엄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연애 상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면 이 책에 금방 흥미를 느낄 것 같다. 하지만 뭐라고 말해도, 결국 연애는 글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행동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분야다. 저자의 비장한 마무리처럼 “이제 눈을 부릅뜨고 미래전략적인 결혼을 행동하라”까지는 아니어도 거울 한번 더 보고 사람 한명 더 만나고 한번이라도 더 웃는 2014년을 맞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