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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누군들 이방인이 아니겠는가
정예찬 사진 오계옥 2013-12-25

<풍경> 시네마톡 현장

왼쪽부터 남동철 프로그래머, 장률 감독, 이화정 기자.

비 내리는 서울의 풍경이 유난히도 쓸쓸하게 느껴졌던 12월9일 저녁. CGV압구정 무비꼴라쥬관에서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풍경>의 시네마톡이 열렸다. <풍경>은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2013: 이방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42분짜리 동명의 중편을 96분의 장편으로 재편집한 버전이자 장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영화다.

진행을 맡은 이화정 기자는 영화 이야기에 앞서 장 감독에게 ‘풍경’이라는 제목을 짓게 된 계기를 물으며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우리가 그동안 피해왔거나 무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했던 풍경들이기에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똑같은 풍경이 그들에게는 일상의 풍경이다. 제목처럼 거리를 둔 채로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바라보고 싶었다.” 이에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장 감독의 말에 공감하며 “이 영화에 부제를 붙인다면 ‘노동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노동의 숭고함과 노동의 가치를 돌아보게 해준 영화”라는 평을 덧붙였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에게 한국에 와서 꾼 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은 무엇이었는지 묻고 답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그 과정을 통해 “누군들 이방인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들을 기존의 다큐에서 다뤄왔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민과 고충들에 대해 물었을 때 그들이 매우 불편해했다. 고달프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무슨 권리로 이렇게 물어보는 걸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하지만 꿈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섭외가 수월해졌다고. “인상 깊었던 꿈이 무엇이었습니까, 하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이 웃기 시작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이야기하는데도 거리낌 없이 정서와 감정들을 쉽게 드러내더라. 감독으로서 남들의 꿈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도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한 관객은 “영화에 나오는 공장들의 이미지가 더럽고 지저분한 느낌이 아니라 엽서 사진같이 느껴졌다”고 말하며 장 감독에게 어떻게 이런 장면을 포착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지혜를 구했다. “조급함에 대한 차이인 것 같다. 다큐는 보통 사건들을 빨리, 그리고 많이 담아내고 싶어 하는데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바라보면 아름답게 보이는 지점들이 생긴다. 시선에도 차갑거나 따뜻하다고 표현하는 그런 온도들이 있다. 결국 마음에서 나오는 온도인데 카메라를 통해 그 온도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풍경>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지원으로 제작된 영화다. 이화정 기자가 장 감독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요청하자 그는 옆자리의 남 프로그래머를 바라보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지원해준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다큐 작업을 진행할 의향이 있다”는 말로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시네마톡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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