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는 개체가 아니다. 물리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과정에서 학습하고 사회화를 거치며 우여곡절을 겪는다. 어떤 순간에는 ‘이대로 영원히’를 외치고 싶어지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매일 달라지는 나 자신과 내 곁의 사람들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는 남자에 대한 산문집인데, 남자가 ‘나는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가는가, 나아가 어떤 남자로 나이들면 좋을까’를 탐험하게 하는 동시에 여자가 ‘내 옆의 남자는 왜 이런가, 예전하고 왜 이렇게 달라져만 가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전날보다 더 나이든 자신을 느끼는 40대, 50대 경계의 남자나 그런 남편을 둔 여자라면 정체성과 남성의 여성성, 중년의 위기와 모임을 다룬 4부 ‘남자의 삶과 변화’ 장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연령대별로 나누어 이 책을 들여다보면 결혼과 책임감, 경쟁심을 다룬 1부 ‘남자의 관계 맺기’는 결혼 전의 남녀들에게, 섹스와 감정 표현, 그리고 물건들과 술에 대한 2부 ‘남자의 열정 사용법’은 결혼 즈음(그리고 직후)의 남녀들에게 권할 만하고, 의존성과 불안, 질투, 나르시시즘에 관한 3부 ‘남자의 위험한 감정’은 연령대와 관계없이 읽어볼 만하다. 남자를 이해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는데, 사실 대개의 경우 해결책이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것. 차를 애지중지하는 할아버지가 아내를 평생 무지막지하게 두들겨패고 그 할머니는 채소밭을 애지중지하며 산다는 이야기 다음에 “여자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이 있다면 남자에게는 자동차가 있다”며, “자동차든 핸드백이든 그것이 그저 사용하는 물건일 뿐이고, 그것도 편하자고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고 끝맺는다.
소설과 영화부터 철학과 심리학까지 여러 권의 책들과,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사연을 퍼올린다. <남자를 위하여>는 남자에 대한 의문이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따뜻하고 다채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남자로 살기란 참 힘든 일이고 남자와 살기도 참 힘든 일이구나 싶어진다. 그러나 남자를 여자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는 게 관계의 미스터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