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빌’이라 불리며 마약 브로커로 일하던 문제적 인간 빌(찰리 크리드 마일스)은 8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와보니 집은 난잡하기 짝이 없다. 아내는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려 나간 지 오래고, 아들 딘(윌 폴터)과 지미(새미 윌리엄스)는 엉망인 환경에 방치돼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사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딘은 보호자 없이 산다는 걸 들켜 자신과 지미의 신변이 아동보호국 소관으로 넘어가게 될까 걱정한다. 딘은 때마침 돌아온 빌이 집에 남아 있게 하기 위해 빌의 마약을 숨기고, 스코틀랜드로 가려던 빌은 이 일로 마약상 테리(레오 그레고리)의 미움을 산다. 빌은 이왕 같이 살게된 것, 제대로 아버지 노릇을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철없는 빌에겐 아들의 호감을 사는 일이 어렵기만 하다. 빌에게 앙심을 품은 테리는 용돈을 준다며 지미를 꼬드겨 마약을 옮기도록 시키고, 지미는 위험에 처하고 만다.
마약상, 매춘부, 미성년인 미혼모, 맥주를 물처럼 퍼마시는 열한살짜리 소년이 올림픽을 위해 한창 개발 중인 런던의 한 동네에 모여 살고 있다. 불우한 환경에 놓인 불행한 사람들이 연신 등장하고, 인물들은 가끔 자조하듯 씁쓸한 유머를 던진다. 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세대는 달라도 정신연령은 비슷할 것 같은 세 남자가 투닥거리며 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첫사랑에 설레던 딘의 생일에 빌이 뜻밖의 선물을 안기는 장면은 그 철없음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져나온다. 어설픈 이 가족은 자신들에게 찾아오는 위기들을 손쉽게 극복한다. 험악한 요즘 세상에 너무 순진한 시선이 아닌가 싶은 관객은 심심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기에 영화는 오히려 지지하고 싶은 귀여운 엔딩을 맞는다. 가이 리치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에서 소프를 연기했던 덱스터 플레처의 연출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