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란 무엇인가?> 앙드레 바쟁 지음 / 시각과 언어 펴냄
이 책은 면접을 보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은 아니다. 면접을 앞뒀다면 새로운 책에 손대기보다는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 좋았던 것을 다시 들여다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기에는 읽으면 더 좋겠지만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책들을 골랐다. 비평가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는 제목 그대로 질문으로서의 책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당신이 영화를 공부하는 내내 고민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바쟁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고 영화 속으로 걸어다닌 흔적이다. 책을 읽으며 당신만의 답을, 질문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감독 오즈 야스지로> 하스미 시게히코 지음 / 한나래 펴냄
<동경이야기> <만춘>의 감독 오즈 야스지로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뻔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오즈적인 것’으로 인식됐던 것들에 대해 ‘과연 그러한가’라고 반문하며 오즈적인 것을 다시 쓴다. 이를테면 정적인 다다미 숏에서 어떤 요설을 읽어내는 식이다. 이것이 설득력이 있고 재미있다. ‘날이 갠다는 것’, ‘먹는다는 것’ 등 오즈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순하고 구체적인 세부에서 출발해 오즈의 영화세계를 밝혀간다는 것도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확신했던 것들에 의심을 품어본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영화이론> 토마스 엘새서, 말테 하케너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영화이론에 대한 개론서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 영화이론서를 보다가 던져버린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영화는 육체와 어떤 관계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창과 문, 눈과 귀, 피부와 뇌 등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영화를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영화들을 횡단하는 사이 고전영화부터 디지털 애니메이션까지, <이창>에서부터 <이터널 선샤인>까지, 벨라 발라즈부터 질 들뢰즈까지 주요 영화와 이론을 함께 훑을 수 있다. 이 책은 영화 속으로 넓고 깊게 들어가는 하나의 문이 될 것이다.
<시네마1, 2> 질 들뢰즈 지음 / 시각과 언어 펴냄
이 책은 마치 장 뤽 고다르의 <영화사(들)>를 글로 보는 것 같다. 철학자 질 들뢰즈가 영화에 바친 연서 같은 책으로, 1, 2권은 각각 운동-이미지와 시간-이미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을 잠깐 보고 넘겨버릴 요량으로 접한다면 당신은 아마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시네마>를 읽을 때는 어느 정도 영화를 볼 때와 비슷한 태도를 요구한다. 영화를 볼 때 내가 포착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듯 이 책 역시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혹시 1권을 읽다가 포기했더라도 꼭 2권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 로베르 브레송 지음 / 동문선 펴냄
로베르 브레송이 메모한 짧은 글들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을 집어들면 마치 시 한권을 품에 안은 느낌이다. 시처럼 짧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밀도는 높다. 면접을 앞두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속의 짧지만 강한 문구들이 당신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영화연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연기, 촬영, 비평 등을 아우르는 격언을 담고 있다. 특히 ‘보이기’에 대립하는 ‘존재하기’로서의 배우라는 의미의 모델론과 관련된 그의 사고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