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당사자니까요.”
이 말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알게 된 분 중에는 못된 병과 투병하는 분들이 몇분 계십니다.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소셜미디어는 분명 세상과 소통하는 아주 좋은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추려본 결과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어설픈 의학적 조언, 긍정 테러, 종교 강요입니다. 생각해봅시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으로 ‘간암 말기’, ‘위암 투병’ 등을 입력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를 그분들이 모를까요. 이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고 글과 사진을 올릴 정도면 모두 다 검색하고 읽어보고 구입하고 먹어보셨을 겁니다.
운동하라고, 짠 거 먹지 말라고 관련 기사 링크를 댓글로 올리고 메시지로 보내며 어떤 때는 왜 자기 말을 듣지 않느냐고 일장훈계를 하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비슷한 병을 앓다가 완치를 한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모두 개인이 겪은 경험이라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추천해서도 안 됩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가다가 갑자기 멈췄을 때 그 원인이 엔진오일이 부족하거나 스파크 플러그가 고장나거나 단순히 연료가 부족하거나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주유소에서 기름 1만원어치 사다가 넣었더니 움직였어요”라며 자신의 해결책을 강요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개인 블로그를 통해 올라오는 완치 경험담의 상당수는 상식적으로 믿기 힘든 내용이거나 거액의 수상한 약품(이라고 주장하는 식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 하반신 마비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던 기간만 오롯이 반년 가까이입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온몸의 모공이 확장되면서 아찔해질 정도입니다. 링에서 바깥으로 떨어지면서 다행히 신경이 끊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우연과 기적 그리고 약간의 개인적인 노력이 겹치면서 다시 걷게 된 겁니다. 그래서 꽤 많은 분들이 본인이나 가족이 저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며 메일로 문의를 해오는데 달리 해줄 말이 없어서 죄송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내용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는 것이 송구하나 정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 “이걸 먹고 완치했습니다!!”라면서 박카스와 레드불을 섞은 요상한 음료를 만들어서 병당 100만원을 받고 판다면, 아마 그분들 대부분은 구매를 할 겁니다. 그만큼 절박한 겁니다. ‘절박한 당사자니까요’는, 간암말기로 현재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한 페이스북 친구가 버섯이 암에 좋다는 얘기에 단 댓글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땐 조용히 “좋아요” 버튼을 누릅시다. 원래 그러라고 만든 버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