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토리노영화제(11월22~30일)에서 심사위원과 관객에게 호평받은 영화 <마피아는 여름에만 죽인다>(La mafia uccide solo d’estate)가 최근 이탈리아에서 개봉돼 화제다. 올해 토리노 영화제 관객이 주는 ‘최고의 영화상’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 영화에 대해 이탈리아 언론은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마피아영화 중 가장 신선하며, 마피아의 실체에 접근한 영화”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마피아는 여름에만 죽인다>는 이탈리아 <MTV>와 현실 풍자 프로그램 <이에네>로 TV에서 인지도를 쌓은 피에르프란체스코 딜리베르토 감독의 첫 영화다. 1980, 90년대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묘사하는 이 작품은, 범죄물와 로맨틱 코미디의 기묘한 결합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칠리아 마피아 두목으로 유명한 토토 리나, 베르나르도 그로벤자노, 칼로제로 바가렐라가 경찰을 죽인 바로 그날, 아르투로라는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마피아의 범죄 행각이 날로 잔인해져가는 가운데 아르투로는 소년으로 성장한다. 그는 같은 학급의 소녀 플로라를 좋아하는데, 그녀에 대한 아르투로의 순정과 당대 시칠리아의 어두운 이면이 상징적으로 결합되면서 영화는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한편 <마피아는 여름에만 죽인다>를 관람한 이탈리아 상원 의장 피에트로 그라소의 말이 화제가되고 있다. 그는 시칠리아인이며, 상원 의장을 하기 전에 마피아 수사를 맡은 검사였다. 그는 “검사 시절, 시칠리아에서 마피아를 수사하는 검사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영화관에 간다는 것은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이 영화를 보기 위해 20년 만에 극장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시칠리아에 있을 때, 가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다고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는데, 그의 말만 들어도 시칠리아인들에게 마피아의 존재가 얼마나 넓고 깊은 의미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를 연출한 피에르프란체스코 딜리베르토 감독 또한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서 나고 자랐다. 이처럼 <마피아는 여름에만 죽인다>는 오직 시칠리아를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인상적인 범죄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