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역에 위치한 성신여자대학교 운정그린캠퍼스는 그야말로 ‘그린’ 캠퍼스다. 지하주차장을 따로 설립해 지상에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캠퍼스 뒤편에는 가벼운 등산로가 마련된 낮은 산이, 그리고 전면에는 도봉산이 펼쳐져 있다. 융합문화예술대학은 2011년 캠퍼스 개교에 맞춰 문을 열었다. 융합문화예술대학 건물 8층 테라스에 서면 도봉산이 한눈에 보인다. 이따금 답답할 때 방문하면 산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힐링’ 공간이 될 것 같다. 운정그린캠퍼스에는 융합문화예술대학 외에도 자연과학대학, 생활과학대학, 간호대학 등 4개의 단과대 건물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연결되어 있다. 융합문화예술대학은 문화예술경영학과, 미디어영상연기학과, 현대실용음악학과, 무용예술학과, 메이크업디자인학과 등 5개의 학과가 모여 있다. 이름만 융합인 것이 아니다. 각 학과의 전공이수를 최소화하면서 모든 학생들이 2개 이상의 학과를 이수할 수 있게 했다. 산학협동 체제를 구축하고 경험과 노하우에서 우러나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수업을 한다. 이를 통해 현장과 연계된 학문을 지향한다.
아티스트에서 필수적인 융합전공 커리큘럼
인간에게 필수 영양소가 있듯이, 아티스트에게도 필수이수 과목이 있다는 것이 성신여자대학교의 생각이다. 성신여자대학교의 필수과목에는 예술미학 등의 이론수업과 경영, 기획 등 실용과목까지 고루 포함되어 있다. 필수과목은 융합전공 형태로 서로 다른 전공생들이 함께 수강한다. 여기에는 분과학문을 넘어 예술창작 및 공연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학교의 야심이 담겨 있다. 융합의 정신은 학교의 건물에서도 드러난다. 건물 벽면이 대부분 유리처럼 투명한 것이 독특하다 싶었더니 건물 내부도 거의 유리로 되어 있다. 강의실을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예술대학 과사무실은 통합되어 있다. 그곳에 5개의 학과 교수실도 모여 있는데, 3면이 유리로 돼 밖에서도 교수실이 그대로 보인다. 미디어연기영상학과 김정섭 교수는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교수실부터 융합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학과의 교수들은 단 하나의 타이틀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융합적인 이들이다. 배우이자 뮤지컬 기획자인 송승환을 비롯해 배우 겸 연출자 조재현, 배우 겸 감독 방은진,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감독 이병우 등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융합문화예술대학 건물 시사실에서는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김정섭 교수의 배우분석과 매니지먼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배우의 권리’였다. 김정섭 교수가 준비한 핸드아웃이 묵직하다. 법률과 관련된 딱딱한 내용이지만 학생들의 집중도는 의외로 높다. 김정섭 교수는 최근 기사에서 직접 스크랩한 내용들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저작권과 관련된 논의를 하면서 최근 가수 싸이가 국내에서 최초로 안무 저작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이야기를 인용하고, 초상권을 이야기하면서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한 얼굴인식 어플리케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다루는 등 논쟁적인 이슈들을 다룬다. 김정섭 교수는 질문을 하면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학생들이 직접 기사를 읽어보게 함으로써 리딩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이곳에서 자기 권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똑똑한 배우들이 길러지고 있었다.
배우, 연출가부터 전문예술경영인, 뮤지션, 무용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배출
미디어영상연기학과는 대중적 예술성과 미디어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사업과 한류를 이끌 배우와 연출가를 배출하는 학문이다. 연기적 자질과 대중적 예술성을 필요로 하는 융합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인재를 집중 육성한다. 기초 연기 수업 외에도 연예인이 자기 기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을 고려해 매니지먼트기법, 미국과 일본의 쇼비즈니스 전략에 관한 수업이 마련되어 있다. 엔터테이너 심리관리기법 등이 교과과정에 포함된 것에서는 감정을 극도로 예민하게 단련하기에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연기자들을 배려한 학과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문화예술경영학과는 문화예술과 관련한 산업에 경영원리를 적용해 문화경영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연예술, 드라마, 전시 및 이벤트 등의 기획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지원해볼 만하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전문예술경영인으로서 기초예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학과의 목표다. 성신여자대학교는 교육부와 함께 전국 130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학생 뮤지컬 사업을 시행 중이다. 송승환 교수가 단장,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성신여자대학교 김용재 연구처장이 부단장이다. 이는 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사업은 아니지만 어깨너머로 공익과 교육으로서 예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인드를 배우게 될 것 같다.
현대실용음악학과는 세계의 대중음악 예술과 소통하고 음원산업을 선도할 전문 뮤지션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곡, 가창과 관련된 수업 외에 댄스, 무대적응을 위한 수업을 겸한다는 것이 이 학과의 차별점이다. 세부전공 분야는 크게 가창전공과 연주/작곡전공으로 나뉜다.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는 음향 스튜디오와 공연장을 갖춘 것도 실용음악학과 학생들에게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음향 스튜디오 Brickwall Sound는 외부에서도 탐을 낼 정도로 시설이 우수하다.
무용예술학과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발레, 한국무용, 댄스스포츠, 필라테스 전문인을 양성하는 학문이다. 발레, 한국무용 등 순수무용예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댄스스포츠, 재즈, 힙합, 에어로빅댄스 등의 생활무용예술과 필라테스 등을 포용하면서 무용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라테스 전용 강의실에는 실습이 가능하도록 최신 필라테스 시설이 갖춰져 있다. 무용예술학과는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에 흐름에 앞서가는 창조적인 무용예술인을 양성하는 한편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이 학교 교수다.
메이크업디자인학과는 화장품학, 해부생리학, 피부학, 메이크업 등의 기초 학문을 통해 마케팅, 경영, 디자인 등의 응용력을 높이고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과 품성을 갖춘 교육자 및 전문인 배출을 목표로 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활란이 이 학과 교수다. 최근 중국 산둥정치대학교와 합작으로 아트디자인(메이크업)전공을 설치해 국제화의 물꼬를 트는 등 전망이 밝은 학과다.
입시전형
문화예술경영학과는 정시 나군에서 수능 100%로 5명을 뽑는다. 미디어영상연기학과는 정시 나군에서 5명을 선발하며 수능 30%와 실기 70%를 반영한다. 실기에서는 지정연기와 자유연기를 본다. 현대실용음악학과는 정시 가군이며 17명을 선발한다. 역시 수능 30%에 실기 70%다. 지정곡과 자유곡을 테스트한다. 무용예술학과는 나군에서 수능 30%와 실기 70%로 16명을 뽑는다. 메이크업디자인학과는 정시 나군에서 6명을 선발하며 수능 60%에 실기 40%가 반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입학처 홈페이지(http://ipsi.sungshin.ac.kr) 참조.
“배우로서 살아가는 모든 것을 가르친다”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김정섭 교수
-타 학교 연기과와 차별되는 지점은. =입체적인 교육이다. 실기와 배우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든 것들을 가르친다. 이제는 배우가 매니지먼트, 법률, 심리 등도 많이 알아야 한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도 심리와 연결된다. 심리수업은 모든 과목에서 실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 출연할 기회를 많이 주고 현재의 트렌드를 읽으면서 같이 가려고 한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찍을 수 있는 세트장을 갖춘 스튜디오를 완비했다. 수업 정원은 20명 내외의 소수 정예 수업을 지향한다.
-실기에서는 어떤 면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나. =자기표현을 제대로 해서 주어진 역할이나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본다. 입시학원에서 연기를 배운 학생들의 연기방식이 천편일률적인 것을 많이 본다.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장녹수, 장희빈 등 캐릭터 강한 역할들을 과장해서 연기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소리만 내지르는 연기를 하지 말라’고 자주 말한다. 요즘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트렌드이기도 하고, 자기 개성을 살리는 게 훨씬 중요하다.
-성신여자대학교만의 장점은. =교수들의 열정이다. 교수진 대부분이 현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갈수록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예술 역시 트렌드와 강조점이 계속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진이 변화하지 않으면 학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교수의 입장이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필요한 수업을 기획한다.
-연기학과의 비전은 무엇인가. =배우는 많지만 좋은 배우는 드물다. 좋은 배우란 자기 관리가 잘되어 있고 기본 자질이 갖춰진 상태에서 그것을 프로페셔널하게 승화할 수 있는 인재이다. 한 인간으로의 삶도 중요하다. 배우간의 네트워크이라든지 인간관계, 재정관리 등 입체적인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