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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의 익숙한 세계관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2 고스트 위스퍼스>
김보연 2013-12-11

전쟁 중 민간인을 학살한 죄로 법정에 선 소가 카즈야 대령은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으로 도시의 교통을 전부 마비시킨다. 거의 2천만대에 가까운 차량의 통제권을 손에 넣은 그는 도시의 안전을 인질로 삼은 채 단 한 가지를 요구한다. 바로 국가 기밀을 보관하고 있는 ‘판도라’를 열게 해달라는 것.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구사나기 소령이 나서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을 막아선 바트와 충돌을 일으킨다. 여기에 수수께끼의 특수작전부대 소속인 비비까지 등장해 소령을 혼란에 빠트리고, 이제 구사나기는 적과 아군도 구분 못하는 상황에서 도시를 구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기세 가즈치카 감독과 함께 공각기동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시리즈는 전편에서 구사나기의 캐릭터를 다시 디자인하고 구사나기와 바트를 적으로 설정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번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 2 고스트 위스퍼스>는 이미 만들어놓은 것 이상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채 안전한 길을 걷는다. 이를테면 악독한 테러범이 사실은 지배층에 의해 만들어지고 버려진 존재라는 설정이나,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결말은 관객이 익히 알고 있는 공각기동대의 익숙한 세계관을 그대로 반복한다.

물론 최고의 콤비였던 구사나기와 바트가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나 잠깐씩 비치는 주요 캐릭터들의 과거 사연은 흥미롭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해온 것의 조금 다른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오시이 마모루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가미야마 겐지가 정치/사회적 접근을 시도했다면, 기세 가즈치카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익숙한 매력은 여전하지만 ‘어라이즈’만의 개성은 아쉬운 작품. 내년 6월에 개봉할 <보더 : 3 고스트 티어스>에선 단순한 과거 사연보다 신선한 재해석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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