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체력의 아이도 연신 기침을 하고, 나는 밤새 클럽에서 놀면서 말보로 세갑쯤 피운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 첫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나온 날, 예보된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았지만 종일 햇볕이 가려지니 으스스 한기가 들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구나.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야 대표/원내대표 4인 회동이 있던 시각, 박근혜 대통령이 보란 듯이 황찬현 감사원장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야당이 집중적으로 반대해온 이들이다. 문 장관의 경우 법인카드를 용돈처럼 써댄 심각한 ‘하자’도 있다. 대통령은 새 검찰총장에게 “어떤 경우라도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기에 찬 모습에서 북한도 두려워한다는 ‘중2병’의 징후가 읽혀, 나는 정녕 두려웠다. 세상에 ‘생각’도 법으로 막을 수 있다고 믿다니.
많은 이들이 아버지와 연관지어 생각하지만, 그녀에게서 나는 전형적인 ‘모성 결핍’을 본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긴다. 종종 이유 없이 불안하고 강박적으로 된다. 그러니 책임을 질 수가 없다. 자기는 억울하니까. “국정원에서 어떤 도움도 받은 바 없다”거나 “내가 댓글 몇개로 대통령이 됐다는 말이에요?” 등 ‘발끈’할 때는 일종의 멜랑콜리아(우울증) 모습까지 보이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일그러진 신념과 가치체계로 자리잡는다. 현재 박 대통령에게는 ‘자유민주주의’가 그렇게 들어앉은 것 같다.
지도자의 ‘개인적 상태’는 수하들의 ‘개인적 일탈’ 못지않게 병폐적이다. 작금의 ‘공안 쓰나미’가 쉽게 잦아들지 않으리란 예감이 든다. 게다가 주변 문고리 안팎에서는 모두 ‘우쭈쭈’ 하는 분위기이니, 점점 더 상식은 멀어지고 의지는 과잉된다. 모쪼록 대통령이 ‘관계’ 속에서 자신을 아꼈으면 좋겠다. ‘일베’부터 끊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