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국가인 분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원로신부의 강론 내용에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끈하자(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가 국론 분열이라는 건지 북의 연평도 포격을 두둔한 듯한 발언이 그렇다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 사람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반응들은 예수님도 종북으로 몰 기세다. 주여, 왜 우리에게 이런 여당을 주셨나이까.
민주당이 흐리멍텅한 것에 대해 욕하는 소리가 많지만, 기실 눈에 띄게 무기력해진 것은 새누리당이다. 다른 목소리가 전혀 없다. 나왔다가도 곧바로 주워삼켜진다. 과거 소장파들이 보였던 패기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튀는 일부 의원들의 행보도 소신이 아닌 소동으로 끝난다. 초선은 ‘인정 투정’에 목맸다 하더라도 당 대표까지 왜 이러실까. “북의 지령”이라니. 그러니 ‘왕실 친위대’ 소리 듣는 거다. 이외수 작가의 강연을 불방시키고 “상황종료”라고 알린 한 초선의원은 원로신부에 대한 검찰수사를 “뻘짓”이라면서 시민사회 안에서의 정화를 강조했는데, 정작 철지난 ‘종북군불’을 때며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입바른 소리 한번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원박 구박 신박 짤박 복박 월박 홀박…. 돌림자로 불릴까. 참으로 박복하다. 그 족보 안에는 어떤 가치도 지향도 이념도 공공선도 보이지 않는다.
없는 종북도 만들어내는 듣도 보도 못한 단체의 난립도 볼썽사나울지언정 민주주의의 성과이자 한 과정이듯이, 이견이 있는 게 민주주의다. 허구한 날 ‘나는 틀리지 않다, 고로 나와 다른 의견은 틀렸다’(유사품 ‘나는 책임이 없다, 고로 남 탓이다’도 있음)는 태도야말로 국민을 ‘빡치게’ 한다. 정작 국론을 분열시키고 혼란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누구인지 당사자가 모르면 편이라도 들지 말아야지. 국회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도 아니고, 성찰이 없다면 성깔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