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적으로 우울을 넘어 감정마비를 호소하는 이웃들이 꽤 있다. 나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 중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포항의 고향마을을 찾아 환대받았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그랬다. 국회부의장이란 자가 “종신 대통령”이라고 추어올리고 여기에 파안대소 말장난을 일삼는 이 전 대통령을 보면서도 무덤덤한 나 자신을 보고 오히려 놀랐다. 그런데 갑자기 확 찔러들어오는 한 기자의 질문 “국정원 대선 개입 지시…”. 수행원이 질문한 기자를 밀어버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저런 멍멍이 같은…” 욕이 튀어나왔다. 오, 나도 반응을 하네. 마비된 게 아니었구나. 그 기자는 <오마이뉴스> 신참기자라고 한다. 다른 기자들도 분명 있었을 텐데 모두들 그냥 ‘후라시’만 터뜨려주고 있었나.
지상파 방송의 ‘자기검열’은 급기야 ‘내면화’돼버린 것 같다. 정권에 비판적인 뉴스는 아예 처음부터 안 만드는 눈치다. 당연히 취재도 허술하다.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들여다봐도 사장님 이하 체육대회 마치고 의례적으로 하는 것 같은 ‘정리와 평가’ 수준이다. 심지어 ‘통진당 해산 청구’ 같은 예고됐던 방송분도 슬그머니 없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옷만 갖춰 입어도 ‘문화 외교’이고 미술관만 방문해도 ‘창조경제’가 된다. 종사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지금과 같은 삭막하고 무기력한 언론(보도) 환경은 1987년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위의 ‘저분’이 이렇게 국토를 참절해놓고 저렇게 아무 데나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본인이 현 정권 탄생에 대단한 ‘지분’이 있다고 믿는 모양인데, 늘 독대하던 심복이 국가정보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여생 인류의 발전에 조그마한 기여라도 할 수 있다면” 운운하는 걸 보니 역시 유체이탈의 원조답다. 요새 새삼 YS가 그래도 대단했다 싶다. DJ가 대통령 되는 꼴은 그냥 뒀으니까. 그리고 언론파업도 먹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