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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세팅하랴, 연기하랴…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3-11-21

신상열 조명감독

<친구>는 ‘블리치 바이 패스’가 처음 시도됐던 한국영화다. 컬러 사진의 현상 과정에서 표백(Bleach) 과정을 건너뛰어(by pass) 은입자를 세탁하지 않고 남겨두는 현상 기법이다. 누아르 장르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콘트라스트를 증가시켜 그림자를 어둡게 하거나 이미지의 채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종종 쓰인다. 하이라이트 조명을 기준 광량보다 4스톱 이상 노출해 세팅해야 하는 까닭에 “보통 영화보다 손이 많이 가서 힘들었다”고 신상열 조명감독은 당시를 회상했다.

첫 만남

“당시 29살이었다. 신경만 조명감독의 조명부 퍼스트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촬영지로서 부산은 자주 가는 동네가 아니었다. 그래서 곽경택 감독님의 부산 사투리가 외계어로 들리더라. 감독님께서 무언가를 물어보시면 못 알아듣고 ‘네, 네’ 라고 대답했었다.”

12년 전 추억

“<친구>는 현장편집이 처음 도입된 영화이기도 하다. 찍은 걸 그 자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는 게 그때는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촬영 스케줄이 낮 촬영과 밤 촬영으로 구분된 것도 신선했다. 낮 촬영의 경우, 아침 일찍 현장에 나가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촬영한 뒤 밤에는 쉬었다. 밤 촬영의 경우, 낮에는 쉬다가 오후 늦게 나가 밤새 찍었다. 회차는 늘어났지만 몸은 편했다. 상택(서태화)과 준석이 오랜만에 만나 곱창집에서 고기 먹는 장면을 찍을 때도 생각난다. 곽 감독님께서 ‘준석의 부하인 조직 폭력배를 연기할 보조 출연자들이 안 무섭게 생겼다’며 ‘상열아, 잠깐 출연하자’고 하시더라. (웃음) 카메라 돌아갈 때는 고기 먹으면서 연기하랴, 컷 하면 검은 정장 차림으로 조명 세팅하랴, 정신이 없었다.”

12년 만의 만남, <친구2>

“<친구2>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담담했다. 그런데 준비하면 할수록 부담감이 커지더라. (사수인 신경만 조명감독과 비교될 텐데, 라는 질문에) 예전에는 신 기사님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그분은 ‘조명의 신’이더라. (웃음) 이번 작업을 통해 ‘그 오야지에 그 조수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친구>를 떠올리게 한 <친구2>의 한 장면

“준석이 17년 만에 출소하는 영등포 교도소 신 장면을 찍을 때 유오성 선배의 얼굴을 보니 옛날 생각 많이 났다. 이 형, <친구> 때 포스가 어디 안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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