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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보이지 않는 폭력에 관하여
정예찬 사진 최성열 2013-11-13

<소녀> 시네마톡 현장

“필름 누아르를 변주하며 멜로와 하드보일드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다.” 왼쪽부터 최진성 감독, 배우 김윤혜, 김시후.

11월4일 저녁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열린 시네마톡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공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녀>의 주연 배우들이 깜짝 방문을 했기 때문이다. 예매 오픈 직후 바로 매진을 기록한 것에 대한 제작진의 감사의 표시일지도. 실제로 최진성 감독과 두 배우는 관객의 높은 관심에 놀라워하며 고맙다는 말로 대화의 장을 열었다.

<소녀>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영화다. 진행을 맡은 이화정 기자는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남동철 프로그래머에게 이 영화를 초청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남프로그래머는 “시골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질서와의 대비가 잘 표현된 영화다. 동화적이고 장르적인 표현이 좋았다. 영화제를 통해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길 원했는데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되어 뿌듯하다”는 답변으로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최진성 감독은 연출 의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눈에 보이는 폭력은 쉬운 폭력이고 노골적으로 나쁜 짓이다. 하지만 말은 사소하게 여긴다. 어떤 물리적 폭력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영화의 주제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남 프로그래머는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어땠을지 궁금해했다. 김시후는 “영화 속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장면들이 좋았다. ‘윤수’라는 역할도 많이 끌렸었다.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라서 현장에서 촬영 전후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김윤혜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너무 어려웠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해원’이 표현하는 감정의 양이 너무 적어서 더 힘들었다”며 극중 캐릭터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이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라며 <소녀>가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작품임을 밝혔다.

한 관객이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해원의 방에 꽂힌 책 <안네의 일기>가 의도된 것”이었냐고 묻자 최 감독은 “미술팀이 준비한 것이다. 해원이라는 소녀의 방에 무엇이 있으면 어울릴까 고민한 끝에 놓아둔 것인데 그것을 발견하다니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소년소녀의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눈과 피의 이미지가 인상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렛미인>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또 다른 질문에는 “무의식적으로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이미지라는 것은 인정한다. 좋아하는 영화인데 <소녀>에서 <렛미인>을 느껴주셔서 감사하다”는 답변을 건넸다. 김시후는 “이 영화의 모티브처럼, 소문이 <소녀>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좋은 소문 잘 부탁드린다”는 재치 넘치는 멘트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며 시네마톡의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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