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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같고도 다른 질문

에드거 라이츠 감독의 <또 다른 고향> 화제

<또 다른 고향>

지난 10월 개봉한 에드거 라이츠 감독의 <또 다른 고향>(Die andere Heimat)이 화제다. <또 다른 고향>은 올 베니스영화제에서도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독일 언론들은 라이츠의 이번 영화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고향>은 원래 텔레비전 드라마인 <고향>(Die Heimat) 3부작의 프리퀄이다. 1984년부터 2006년에 걸쳐 방영된 라이츠의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고향>은 독일인에게 친숙하다. 이 드라마는 총 60시간에 이르는 분량으로 2차대전 뒤 독일에서부터, 68세대의 독일 대학가, 독일 통일 이후 시기까지를 아우른 대서사시다. 감독의 자서전적 이야기라 더욱 흥미롭다. 또 독일 모젤 지방의 작은 마을 샤바흐에 사는 주인공 헤르만 시몬의 가족사이자 독일 현대사를 체험할 수 있는 사회연구라 할 만하다.

네 시간 러닝타임의 <또 다른 고향>은 텔레비전 <고향> 시리즈의 주인공 헤르만의 증조부 야콥 시몬의 이야기다. 라이츠의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됐는가?”라는 끊임없는 물음은 1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징한 흑백화면에 유려한 카메라는 질척이는 땅에 닭들이 돌아다니고, 골조가옥들과 우물이 서 있는 가난한 마을로 관객을 이끈다. 말굽대장간 집의 작은아들 19살 야콥은 아버지 일을 돕기보다 몰래 숨어 책을 읽으며 몽상에 잠기기를 좋아하는 소년이다. 책 읽는 것을 들키면 야단치는 아버지를 피해 숲으로 도망가 이곳저곳을 쏘다닌다. 영화의 배경은 3월 혁명 이전 시기인 1842년부터 1844년이다. 당시 독일을 풍미했던 먼 곳을 동경하는 낭만주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야콥은 남미 인디오에 관한 책에서 그들의 언어를 독학하며 브라질에 이민 가는 꿈을 품고 있다. 때마침 마을에 기아와 돌림병이 돌고, 결국 브라질로 이민 가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야콥과 주변인들 그리고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당시의 시대정신과 인물의 심리상태가 ‘지금, 여기’로 소환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라이츠 감독은 60년대 뉴 저먼 시네마 출발 신호탄이 됐던 오버하우젠 선언의 주역 중 한명이다. 올해 81살인 그는 독일 전후 역동의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텔레비전 시리즈 <고향>이 감독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자아 찾기’였다면, 라이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조상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았을까’로 질문을 넓혔다. 결국 나는 그들로부터 온 존재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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