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어른들은 다들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지을까?” 열넷의 나이, 140센티미터대 중반의 키. 소녀 아스미 가모가와, 국립 도쿄 우주학교 학생. 그녀의 꿈은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니 모든 게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꿈의 뒷면에는 볕이 들지 않는, 영영 잊히지 않을 상실의 고통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한 사회의 고통이.
2024년을 무대로 하고 있는 만화 <트윈 스피카>(2003년에 한국에서 출간되다 중단된 바 있음)는 2010년의 어떤 사건을 가정하면서 시작한다. 그해 일본에서는 순수 일본 기술로 제작된 첫 유인 우주 탐사 로켓 사자호가 발사되었다. 그러나 발사된 지 불과 72초 만에 액체 연료 부스터가 폭발, 사자호는 불길에 휩싸였다. 우주관제센터는 로켓의 자폭장치에 해당하는 비행 정지 시스템 스위치를 눌렀으나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사자호는 시가지로 추락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 사고로 아스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스미의 학교 선생님은 사자호에 탑승했던 연인을 잃었으며, 로켓 개발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평생 안게 되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아스미의 아버지다. 고개만 돌리면 그 사고로 부모를 잃거나 장애를 안게 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그런 상황에서 우주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는 소녀 이야기. 지금 와서 읽어보면 3.11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과제를 짊어진 일본이 겹쳐 보인다. 복구 불가능해 보이는 참사를 공유한 공동체는 어떻게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까. 그게 가능한 일일까.
동시에 <트윈 스피카>는 학원물이자 성장물이다. 어린 시절 친구가 없이 사자탈을 쓴 유령(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대목은 다른 많은 순간들처럼 뭉클하게 그려진다)하고 우정을 나누는 아스미의 모습이 주는 애틋한 슬픔과 그에 지지 않는 밝은 마음이 인상적인 이 만화에서는 악역이 극의 긴장을 주도하지 않는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연을 어떻게 완전히 끊어내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삶과 인연을 받아들일지가 화두다. 그 일은 우주비행사가 되는 일만큼이나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살아남은 자들의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