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요트로 인도양을 항해하던 남자(로버트 레드퍼드)는 어느 날 선적 컨테이너박스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공교롭게도 컨테이너의 모서리가 요트의 통신기기들을 파손시키는 바람에 구조 요청도 불가능해진다. 파손된 요트를 수리해서 항해하던 그는 폭풍우를 만나 요트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되고 별자리 항해 지침서와 나침반, 지도를 들고 오로지 바람과 파도에 의지한 채 구명보트를 타고 바다를 떠다니게 된다. 스토리라인만 보았을 때 <라이프 오브 파이>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현란한 수사와 은유 그리고 환상적인 컴퓨터그래픽으로 망망대해의 적막을 채웠던 그 작품과 달리 이 영화는 오로지 ‘버지니아 진 SOS’, ‘F**k’, ‘Help’ 단 세 마디의 대사로 고독과 맞서 싸운다. 주인공이 바다와 벌이는 사투의 의미는 말없는 주인공과 그것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관객에게 맡겨진다.
<올 이즈 로스트>와 가장 쉽게 비견되는 영화는 현 시점에서 최첨단의 시각적 구현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던 <그래비티>이다. 둘 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삶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고 죽음의 문턱까지 도달했다가 기적적으로 생으로 귀환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라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그렇지만 <그래비티>가 관객으로 하여금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쾌감 즉 일상생활에서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종류의 시각적, 공간지각적 쾌감을 선사한다면 <올 이즈 로스트>는 정공법으로 승부한다는 차이가 있다. 관객에게 어떤 종류의 쾌감보다는 반복적이고 희망 없는 서사 안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기 위한 극한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비티>의 무중력 공간에서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 중력 공간에서의 주인공의 과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면 <올 이즈 로스트>에서 삶과 죽음은 바다에 던져진 실존적 인간과 극한상황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가능성에 오롯이 맡겨진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제목과 달리 이 영화에서 남자가 항해 이전에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그의 배에는 항해와 조난을 위한 도구 외에 사적인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놓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니멀한 구조와 단 한명의 주인공으로 1시간4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은 상당 부분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로버트 레드퍼드가 가진 아우라에 빚지고 있다. 낡은 트레이닝복마저도 누추함이 아닌 깊은 연륜으로 읽게 만드는 그의 삶의 자취들이 텍스트가 텅 비워놓은 ‘All’을 꽉 채워주기 때문이다.